상상속 저승세계 화려하게 구현…한국형 판타지 새 장
"선명하고 착한 주제, 모두가 알기 쉽게 전해"
‘신과 함께’는 혁신적 시도와 전통적 흥행공식을 조합해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한국에서 유독 안 통한다는 판타지를 전면에 내세워 볼거리를 제공한 다음 보편적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풀어낸다. 할리우드 못지 않은 특수효과는 한국영화의 기술적 진보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 특수효과로 빚은 화려한 볼거리
역대 천만 영화들은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을 소재로 삼은 시대극, 현실에 바탕을 두고 상상력을 극대화한 범죄액션·재난물이 많았다. ‘신과 함께’처럼 온전히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지옥세계를 주무대로 한 판타지는 지금껏 시도조차 없었다. 판타지 장르 자체가 한국에선 불모지에 가까운 데다 특수효과로 배경을 채웠다가는 할리우드 영화에 눈높이가 맞춰진 관객에게 외면받을 거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신과 함께’는 수준 높은 특수효과로 이런 선입견을 뒤집었다. 불·물·철·얼음·중력·모래 등 자연의 물성을 차용해 묘사한 일곱 가지 지옥은 관객에게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대부분 장면의 배경이 특수효과로 구현됐다. 배우들의 연기와 특수효과가 엇박자를 내는 장면도 일부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저승 입구인 초군문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사후세계의 압도적 스펙터클만으로도 볼거리가 충분하다.
◇ 최루성 신파에 담은 보편적 메시지
특수효과로 빚어낸 지옥도가 관객에게 색다른 경험이라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와 감동을 자아내는 방식은 쉽고 익숙하다. 소방관으로 평생 남의 생명을 구하다 저승에 간 주인공도 돌아보면 죄가 많다는 이야기에 ‘착하게 살자’는 단순한 메시지를 담았다. 말 못하는 어머니를 등장시켜 효도라는 화두도 던진다. 지옥 경험은 관객 모두 처음이지만, 삶과 죽음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주제다.
오동진 평론가는 “‘잘못하면 벌 받는다, 착하게 살라’는 이야기를 모든 사람이 알기 쉽게 하고 있다. 가족이 파괴되고 해체되는 상황에서 단순한 선의 논리가 통한 것”이라며 “주제가 선명하고 착한 데다 한국 관객이 가장 좋아하는 모성애를 테마로 한 신파를 담아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GV리서치센터가 연말 한국영화 ‘빅3’의 개봉일부터 첫 주말까지 관람 형태를 분석한 결과 3명 이상 함께 관람한 비율은 ‘신과 함께’가 30.3%로 가장 높았다. ‘1987’은 26.0%, ‘강철비’는 21.6%였다.
세대를 불문하고 폭넓게 공감할 보편성이 연말 가족단위 관객을 대거 영화관으로 끌어들였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여성 관객이 61.9%로 다른 두 편(‘1987’ 60.0%, ‘강철비’ 54.7%)에 비해 많은 점도 특징이다.
‘신과 함께’는 2010∼2012년 연재 당시 네이버 웹툰 조회수 1위를 기록한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이끼’(340만명)를 시작으로 ‘은밀하게 위대하게’(695만명), ‘내부자들’(707만명) 등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천만에 근접하기는 ‘신과 함께’가 처음이다.
원작 웹툰의 존재는 흥행에 있어서 양날의 검으로 보였다. 개봉 전만 해도 우려가 많았다. 망자 김자홍의 생전 직업을 평범한 회사원에서 소방관으로 바꾸고 진기한 변호사 캐릭터를 삼차사의 리더 강림에게 합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웹툰 팬들 사이에서 ‘원작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김자홍 캐릭터의 변화로 흥행의 원동력인 스펙터클과 신파가 극대화했다. 허남웅 평론가는 “망자의 직업을 소방관으로 한 이유는 볼거리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웹툰과 비교한 비판은 유명 원작이 있는 영화가 안고 갈 운명”이라고 말했다.
주호민 작가는 영화를 보고 나서 “한순간도 지루함이 없었고, 진기한 변호사의 부재는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폭풍눈물 구간이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트위터에 적으며 지원사격을 했다.
영화 흥행에 힘입어 단행본 8권짜리 웹툰 역시 인터넷서점 YES24에서 만화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다시 인기몰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