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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있는 안전, 학교교육 부터 시작해야

국민 모두가 초동조치 통해 골든타임 늘릴 기반 마련을

이종욱 정치경제부 부장 ljw714@kyongbuk.com 등록일 2018년01월28일 16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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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욱 정치경제부 부장
1988년 3월 어느 날 필자가 해군 소위로 타던 고속정이 고장을 일으켜 인천에 있던 함대사령부 정비창에 배를 맡긴 뒤 다른 고속정에 올라 기지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른 새벽부터 고장 난 고속정을 몰고 무려 7시간 가까이 이동한 후 돌아오던 터라 피곤함이 몰려와 침실에서 잠시 눈을 붙였으나 매캐한 냄새에 눈을 떴다.

침실 내에 누군가가 켜놓았던 전기난로가 넘어지면서 고무로 된 슬리퍼에 불이 옮겨붙은 것이었다.

화재를 예감한 필자는 얼른 침상에서 일어나 모포를 들고 전기난로 플러그를 뺀 뒤 슬리퍼 위에 모포를 덮어 불을 껐다.

그리고 곧바로 함교로 달려가 정장에게 화재발생 사실을 보고한 뒤 현장을 재차 확인한 결과 슬리퍼 외의 피해 없이 불을 제압할 수 있었다.

자칫 큰 화재로 번질 수도 있었지만 장교교육과정에서 받은 소화방수 이론과 실습 덕분에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한 대응을 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최근 국내 곳곳에서 큰 화재사고가 잇따르면서 수십 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었고, 사후 조사결과 곳곳에서 허점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형 사건사고가 터지고 나면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안전행정부·행정안전부 등 부처 이름까지 바꿔가며 안전을 강조해 왔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해놨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거창하게 안전매뉴얼을 만들고 시행하겠다고 발표만 했지 실제 국민이 이를 체감하고, 실행할 수 있는 단계로 이어가지 못한 까닭이다.

최근 각종 사고발생시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골든타임’이다.

불이 나면 소방관이 달려와 불이 번지기 전 진화할 수 있는 시간이 골든타임이고, 심장마비 등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 구급대가 출동해 병원으로 후송, 생명을 지켜낼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이 골든타임이다.

하지만 차량이 많지 않은 곳이라면 이 골든타임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지만 대도시 지역에서 이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준비되지 않은 일반 국민들은 골든타임만 기다리다 희생돼 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실이 이러하다면 골든타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현장을 발견한 누군가가 초동조치만 제대로 해 준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즉 사고 발생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과 조치해야 할 일 등을 평상시에 체득하고 있다면 지금 거론되는 골든타임을 한층 더 늘릴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곧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각종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시켜야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그야말로 민방위훈련 때나 구경하는 교육에 그치고 있다.

일본은 문부성에서 ‘각급 학교안전지도 지침서’를 제작해 소학교는 교통안전, 중학교는 자연재해, 고등학교는 생활안전을 주제로 매년 32시간씩의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안전교육은 범 교과적인 총합적 학습을 통해 학생 스스로가 안전을 체득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타인의 생명까지 지켜줄 수 있는 함양토록 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특정집단에만 적용되는 안전매뉴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실행할 수 있는 안전매뉴얼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그 출발점이 학교교육에서의 실효성 있는 안전교육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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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기자

    • 이종욱 기자
  • 정치·경제부장 겸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