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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성일 편집부국장
겨울 실비가 내리는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Edinburgh)는 한 폭의 중세 유럽 도시 풍경 그 자체였다.

햇빛이 구름을 통과하지 못해 낮은 음영이 짙게 깔린 에든버러는 우수에 젖어들기보다는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 없는 탄성으로 감동케 했다.

일 년 내내 비가 자주 내려 햇빛을 보지 못하는 날이 많은 척박한 기후에도 고딕양식 건축물이 줄지어 서 있는 에든버러는 수많은 관광객의 발걸음으로 도시가 분주했다.

에든버러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가장 스코틀랜드다운 곳, ‘로얄 마일’(Royal Mile)이다. 에든버러성에서 홀리루드 궁전까지 1마일에 이어지는 각종 고딕 건축물과 성당, 흄과 같은 이곳 출신 철학자와 종교 개혁가들의 동상이 관광객을 맞이했다.

중세 왕족들이 걸어 다녔다는 이 길은 입구에서부터 빨려들 듯한 강렬한 인상을 줬다.

걷는 동안 내내 중세인들이 골목에서 불쑥 나타나 말을 걸어올 듯한 시·공간을 초월케 하기도 했다.

영국 낭만주의 대표적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 창작무대와 집이 있는 레이크 디스트릭 국립공원의 울스 워터, 윈더미어 호수 절경은 천상의 정원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할 만큼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평생 집을 갖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시인이었던 워즈워스는 영국 산업혁명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 본연의 감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수선화’ 등 자연을 소재로 하는 시 창작에 나선다. 워즈워스는 현대에도 세계를 대표하는 낭만주의 시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곳은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워즈워스 창작의 고향과 호수의 절경을 감상하러 찾는 명소이다.

산업혁명의 전진기지 무역항인 리버풀은 세계 음악사 한 세기를 풍미했던 ‘비틀즈’의 고향이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힘든 노동에 신음하던 곳에서 탄생한 비틀즈는 리버풀에서 영국을 넘어 세계인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불후의 명곡을 남겼다.

리버풀은 비틀즈가 처음 연주했던 ‘케이번 클럽’과 비틀즈 박물관, 동상 등 ‘비틀즈 스토리’로 최고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아름다운 중세도시 체스터는 도시 전체가 예술품일 정도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래된 성당을 카페로 활용해 이곳에서 식사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넘쳐날 정도이다. 성당을 폐쇄하지 않고 현대인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탄생시킨 점은 본받을 만하다.

세계적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생가가 있는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븐은 문학의 향기가 가득했다.

생가를 이용한 셰익스피어의 각종 작품과 생활도구들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업혁명의 몰 인간화에 반대해 ‘예술적 사회주의’를 주창한 윌리엄 모리스의 무대인 코츠월드에는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인 바이버리 마을과 버포드 마을, 바람이 가장 잘 어울리는 언덕 ‘브로드웨이 타워’ 모리스 전시관은 연중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스톤헨지가 넓은 초원 언덕 위에 홀연히 서서 신비감을 주는 솔즈베리는 관광객들의 영혼에 깊은 영감을 주는 곳이어서 영국여행의 필수코스이다.

이렇듯 문화가 이어져 흐르는 도시는 수백 년이 지나도 인류에게 잊히지 않는 명성을 간직하고 있다. 지진으로 도시가 피해 입은 포항이 안전도시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무작정 공학적인 도시건설만 할 것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접목한 스토리텔링으로 도시 전체가 문화적 명소로 건설되기를 기대한다.
곽성일 편집부국장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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