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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기환 동납부권 본부장
보문관광단지는 천년고도 경주의 대표 관광지다.

넓은 보문호를 배경으로 다양한 편의시설과 호반을 따라 조성된 아름다운 산책길에는 사시사철 관광객들로 붐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가뭄으로 물이 줄어들면서 바닥을 드러내는 면적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30%를 밑도는 최악의 저수량으로 인해 시민들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아 온 유람선과 오리배도 운항을 멈춘 지 오래다.

보문호에 관광용수를 공급하는 인근의 덕동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랜 가뭄으로 보문호에 물을 보탤 여력이 없는 것이다. 보문호가 마르면 관광과 휴식을 하려는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드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진과 태풍 등으로 타격을 입은 관광경기가 가뭄으로 또다시 발목이 잡힐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주지역의 겨울가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내린 비의 양이 예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농업용수는 물론 생활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러한 가뭄은 해마다 상습·반복되면서 피해도 되풀이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시민은 이런 절박한 현실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의아한 생각마저 든다. 행정당국이 시민들에게 가뭄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부분이다. 경주지역은 지난해 강수량이 617mm로 평년 1350mm에 비해 45.7% 수준에 그쳐, 저수지 평균 저수율이 49%에 그치고 있다.

올봄 농사 피해를 우려해야 할 수준이다.

생활용수는 제한급수나 단수를 검토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역 주요 식수원인 덕동댐과 감포댐의 저수율이 각각 40.5%와 25%에 그쳐, 가뭄이 지속될 경우 당장 제한급수를 실시해야 할 정도로 절박하다. 가뭄이 장기화하면 농업용수 부족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도 심각하지만, 시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용수 부족이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지금이라도 시민들에게 가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물 절약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널리 알려야 한다. 농업용수 확보는 많은 시간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생활용수는 시민들의 생활습관 변화만으로도 많은 양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만 물을 틀고 사용하는 것으로 습관을 바꾸면 가뭄 극복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거리 곳곳에 물 절약 현수막을 내걸고, 수시로 가뭄 극복을 위한 캠페인도 벌여야 한다.

제한급수에 따른 불편에 대해서도 시민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해 제대로 알려야 한다. 상수원에서 공급되는 원수의 절반 가까이 사라지는 노후배관 교체를 비롯한 시설물 정비를 위한 예산 확보에도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가뭄극복을 위한 대책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시민들이 지나치다고 생각할 정도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자원 보유량이 세계 153개국 중 129번째인 물 부족 국가다.

그러나 한국인은 하루 평균 282ℓ의 물을 사용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물을 물처럼 쓰게 되면 어느 순간 아낄 수 있는 물도 없다는 점을 명확히 그리고 시급히 전파해야 한다.
황기환 동남부권 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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