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2012년 6월 만 10살의 재성(가명)이에게는 새엄마가 생겼다. “친엄마와 마음껏 만나게 해주겠다”는 아빠의 약속도 있었다.

새엄마는 얼마 가지 않아 친엄마를 만나지 못하게 했고, 작은 일에도 혼을 내더니 폭행의 강도는 더 세졌다. 누나는 대학 진학 후 집을 나가 생활했기에 재성이를 지켜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들의 연락이 뜸해지자 친엄마가 학원까지 찾아갈 정도로 걱정했지만, 재성이는 “학원 수업 때문에 바빴다. 잘 지내니 걱정말라”는 말로 친엄마를 안심시켰다. 새엄마의 학대는 계속되고 있었다.

2015년 11월 24일. 재성이 아버지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친엄마가 다시 재성이와 누나를 도맡게 됐고, 그제야 재성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12년부터 친엄마를 그리워하거나 친척들 앞에서 말실수를 할 때마다 맞았다고 털어놨다. 우울증도 겹쳐 있던 재성이를 보면서 친엄마의 억장은 무너졌다.

재성이와 누나, 친엄마는 2016년 5월 16일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새엄마를 고소했다. 오히려 새엄마는 학대한 사실이 없다면서 친엄마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3형사단독 이준영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아동복지법 위반,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새엄마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내렸다. 아동학대치료강의를 80시간 받으라는 명령도 내렸다.

판결문에 담긴 새엄마의 범죄사실은 이렇다.

2012년 성탄절 전날 밤 재성이는 아버지, 새엄마와 승용차를 타고 가던 중 “뭘 사 먹자”고 제안했다가 새엄마에게서 거절당했다. 아직 어리기만 한 재성이는 “계모야 계모”라고 투정부렸다. 새엄마는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고 배를 꼬집은 데 이어 아파트 16층에 있는 집까지 승강기 대신 걸어가게 했다. 다음에는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넘어뜨리고 골반 부위를 발로 밟았다.

또 영어학원 강사로부터 “재성이가 공책을 안 가지고 갔다”는 전화를 받고서는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흔들기도 했고,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바닥에 넘어뜨린 뒤 발로 밟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수시로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고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특히 2013년부터 2014년 사이 학원에서 잘못했다는 이유로 재성이를 엎드리게 한 뒤 목검으로 엉덩이를 5차례 때리고, 이듬해에도 같은 이유로 목검을 휘둘렀다.

재판에서 새엄마는 “체벌했다고 하더라도 행위의 정도가 아동의 신체 건강과 발달을 해칠 정도의 학대는 아니었고, 훈육 과정에서 한 체벌의 정도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장판사는 “훈육의 목적이나 의도가 내포됐다 할지라도 이는 건전한 사회 통념상 만 10세 내지 13세 아동의 훈육을 위한 적정한 방법이나 수단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의 신체적 학대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받았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계모로서 평소 행실과 거짓말을 문제 삼으며 범행을 축소·부인하고 있어 개전의 정을 찾기 어렵고, 아동학대 혐의 수사를 받는 중에도 자중하지 않고 무고 범행까지 나아갔다”며 “다만, 초범인 점, 피해자와 함께 지낸 3년 중 여행을 다녀오는 등 좋은 시간도 있었던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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