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먼저 할까요’ ‘손 꼭 잡고…’ ‘우리가 만난 기적’ 등
‘죽음’을 주요 키워드로…감정선 깊이있게 따라가

MBC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
첫사랑도 아니고 늦사랑도 아니다. 청춘도 아니지만 중년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하다.

TV 드라마가 잇따라 30~40대에 찾아온 두번째 사랑을 진하게 그리고 있다. 딱히 불륜은 아니다. ‘돌싱’의 사랑이기도 하고 식었던 사랑이 다시 활활 타오르기도 한다.

또, 죽음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한다는 점이 특징인데, 이로 인해 판타지든 코미디든 감정선을 깊이 있게 따라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멜로의 등장에 대해 TV 시청층의 노화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과 청춘스타 캐스팅이 안돼 나오는 기획이라는 분석이 함께 나온다.



◇ 어느날 노크한 두번째 사랑…죽음과 함께 극성 배가

MBC TV 수목극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와 SBS TV 월화극 ‘키스 먼저 할까요’는 죽음 앞에서야 만나는 사랑을 그린다. 노년의 죽음이 아니라 한창 나이인 30~40대에 찾아온 죽음은 당연히 극성을 배가하고 신파지수를 높인다.

MBC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의 주인공 남현주(한혜진 분)는 38세의 뇌종양 시한부 환자다. 초등학생 딸이 있고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이 있다.

드라마는 그가 시한부를 선고받은 후 사력을 다해 남편을 밀쳐내고 애써 새로운 사랑을 찾으려고 하는 이야기를 쫓아간다. 홀로 남겨질 남편에게는 죽음에 앞서 이혼을 통해 ‘한발 앞선 자유’를 선사하고, 자신은 죽기 전 진짜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다.

제작진은 기획의도에서 “대부분 성실하게 가정을 지키며 살아온 주부들, 중년 여성들에게 만일 석달 밖에 살수 없다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물었더니 ‘남편이 아닌 그 누군가와 진짜 멋있는 사랑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드라마는 아내를 사랑하지만 재회한 첫사랑 앞에서 흔들리는 남현주의 남편 김도영(윤상현)과 뇌종양으로 아내를 잃은 뒤 뇌종양 환자 살리기에 매진하는 남현주의 주치의 장석준(김태훈)을 통해 40대 남성의 사랑도 조명한다.

SBS ‘키스 먼저 할까요’
‘키스 먼저 할까요’는 사고로 딸을 잃고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안순진(김선아)과 역시 아내의 외도로 이혼한 손무한(감우성)이 운명적으로 엮이는 이야기다. 내일모레면 오십인 이들은 사랑이 메마른 지 오래지만 서로를 만나 첫번째 사랑과는 전혀 다른 종류와 경로의 두번째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손무한이 말기암 환자이고 살 날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설정이 이들 갓 결혼한 ‘재혼부부’의 발목을 잡는다. 다시는 느끼지 못할 줄 알았던 사랑의 감정을 끄집어내고, 각자의 깊은 상처를 위로할 상대를 어렵게 만났지만 죽음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하면서 ‘19금 코미디’였던 드라마는 절절한 로맨스로 바뀌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과정에서 안순진의 전 남편, 손무한의 전 부인이 나란히 연적 아닌 연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혼은 했지만 자식으로 엮인 이들 40대 남녀는 칼로 물을 베는 듯한 관계. 네 남녀가 느끼는 저마다의 두번째 사랑에 드라마는 감성적으로 접근한다.

KBS ‘우리가 만난 기적’
KBS ‘우리가 만난 기적’
KBS 2TV 월화극 ‘우리가 만난 기적’은 죽어서야 깨닫는 두번째 사랑을 코믹 판타지로 조명한다.

쇼윈도 부부로 살아왔던 송현철A(김명민)-선혜진(김현주) 부부는 갈등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반전을 만난다. 동명이인 송현철A와 송현철B(고창석)가 한날한시 교통사고를 당하는데 저승사자의 착오로 송현철B의 영혼이 송현철A의 몸에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경제적 자립과 함께 차곡차곡 이혼을 준비하던 선혜진은 사고 후 180도 돌변한 남편으로 인해 헛갈리기 시작했다. 거만하고 차가우며 외도를 일삼았던 남편이 갑자기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다정다감하고 순박한 사람으로 바뀌면서 선혜진은 새롭게 태어난 것 같은 남편에게 묘하게 흔들린다.

이밖에 지난달 끝난 JTBC ‘미스티’는 30~40대 부부의 치정 스릴러를 그리며 관심을 모았다.

고혜란(김남주)-강태욱(지진희) 부부는 5년간의 위기 끝 뒤늦게 다시 사랑을 확인했지만 그 직후 강태욱이 모든 과오를 안고 자살하는 것으로 끝맺음했다.

JTBC ‘미스티’
◇ 캐스팅의 어려움? 시청층의 노화?

‘미스티’의 제인 작가는 “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고, 그렇게 밀고 나갔다. 하지만 30~40대 부부의 이야기를 방송사들이 그리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멜로라도 방송사들은 청춘의 사랑 이야기에 우선 손을 들어준다. 한류 콘텐츠로서 수출에도 용이하고 대중적으로도 화제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스티’가 결과적으로는 성공했고, 주인공 김남주도 보란 듯이 존재감을 과시하며 40대 여배우의 짱짱한 매력을 증명했지만 사실 이 드라마가 편성을 받는 과정에서는 그리 순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춘 멜로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SBS ‘키스 먼저 할까요’
‘키스 먼저 할까요’도 ‘사랑을 해본 어른들의 멜로’를 표방하고 초반에는 ‘19금’을 오갈 정도로 농도 짙은 농담을 던지며 화끈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화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같은 이야기를 청춘 스타들의 이야기로 만들었다면 더 화제를 모았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 드라마 PD는 “사실 청춘스타 캐스팅이 안돼서 30~40대 멜로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안되는 캐스팅에 애를 먹느니 아예 나이대를 높인 이야기를 하자 싶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시청층의 노화 탓이든, 청춘스타 캐스팅의 어려움 탓이든, 이런 드라마의 출현은 결과적으로는 멜로 드라마의 폭을 넓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청춘 로맨틱 코미디 일색의 한류 멜로 드라마가 다양성을 향해 간다는 평가다.

또한 어느 정도 살아본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한번쯤 위기가 찾아올 만한 시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 인물들의 감정선이 깊게 전개된다는 특징이 있다. 풋사랑의 설렘은 화사해서 예쁘지만 공중에 한발 떠 있다. 반면, 인생을 짊어진 두번째 사랑은 칙칙하고 때로는 추레할 수도 있지만 땅을 단단히 밟은 채 마음을 꾹 누른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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