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작의 역사는 인류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만큼이나 깊다. 역사 속 여론조작의 사례를 무수히 많이 찾을 수 있다. 백제 무왕이 지은 ‘서동요’는 선화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그가 거짓 정보를 노래로 만들어 유포한 여론조작이었다. 선화공주가 밤마다 몰래 서동의 방을 찾아간다는 것이었는데, 이 노래가 대궐 안에까지 퍼지자 왕은 마침내 공주를 귀양 보내게 됐다. 이에 서동이 길목에 나와 기다리다가 함께 백제로 돌아가서 그는 임금이 되고 선화는 왕비가 됐다는 이야기이다. 1923년 관동대지진이 났을 때 일본 내무성이 조선인에 대해 악의적으로 허위 정보를 퍼뜨린 일은 여론조작이 잔인한 학살로 이어진 사건이다.
이같이 이전의 여론조작은 최근 일어나고 있는 드루킹 사건과는 확연히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의 여론조작 특징은 그 논란의 중심에 거대 IT기업 포털이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동요나 입소문이 아니라 특정 알고리즘을 거친 이른바 ‘필터버블(Filter Bubble)’ 정보를 확산시킨다는 점이다.
필터버블은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검색 포털이나 SNS 등이 이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용자가 특정 정보만 편식하게 하는 현상을 말한다. 필터버블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는 2011년 TED 강연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 성향의 글이 올라오지 않는 이유가 페이스북이 자신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보를 필터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중이 뉴스를 접하는 채널이 전통적 미디어인 신문·방송에서 포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오히려 여론조작이 쉬워졌다. 드루킹 사건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매크로와 같은 특정 알고리즘으로 특정 여론을 필터버블시킨 것이다. 민주주의 발전을 해치는 여론조작 온상 포털을 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