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정은 4·27 선언 후 한달 만에 '깜짝 회담'
트럼프 "6·12 싱가포르 회담 유효" 재추진 공식화
비핵화 추진 탄력···정체됐던 남북관계도 해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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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 취소 발표로 좌초위기에 놓였던 북미정상회담이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로 극적으로 되살아났다.

극한 대립양상을 빚었던 북미 양쪽 모두 6·12 정상회담 ‘파국’의 여파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낀 가운데 ‘깜짝 정상회담’(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 ‘중재’에 나선 것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계속 추진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 ‘재추진’ 쪽으로 흐름을 되돌린 결정적 계기로 풀이된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취소를 발표하자 북한은 25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회담을 계속할 뜻을 밝혔지만 미국 측은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보다 명확히 함으로써 회담 추진의 불씨를 살렸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6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해 전쟁과 대립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는 문 대통령을 매개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확인하는 한편 핵심 의제인 비핵화 문제를 놓고 외교적 협상을 통해 해결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하자 25일 문 대통령에게 만나자는 의사를 먼저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져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다시금 확인케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화답하면서 꺼져가던 북미 정상회담이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 했다.

로이터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검토가 바뀌지 않았다”면서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논의가 “아주 아주 잘 진행돼 왔다”고 언급했다.

이는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재추진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회담의 최종적 성사 여부와 합의 방향은 다양한 형태의 북미간 사전접촉을 통해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을 미국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서 멀지 않은 어떤 장소에서 미팅이 진행 중이며 잘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미 양측은 정상회담 의제와 장소, 경호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협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곧 선발대를 싱가포르로 보내 현지 준비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 사전준비팀은 30명가량이며, 27일 출발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양측(북미)이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 할 의제에 대해 실무협상을 통해 충분한 사전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김 위원장도 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북미 양측이 이처럼 회담의 동력을 다시 살리고 나선 것은 현시점에서 ‘판’이 완전히 깨질 경우 외교적 손실과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외교가는 분석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하면서도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부디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면서 북미회담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며 대미 공세를 자제하자 곧바로 “정상회담을 되살리는 것에 관해 북한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고 회담 재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처럼 북미가 다음 달 12일 회담 개최 재추진을 공식화하는 흐름이지만 핵심 의제인 비핵화를 놓고 치열한 샅바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미국의 ‘일방적 핵포기 강요’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며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줄기차게 주장해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경제 보상 등을 큰 틀에서 일괄타결하는 ‘트럼프 모델’을 제시하며 일괄타결 방식의 신속한 비핵화 로드맵을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괄타결을 주장하면서도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해법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른 비핵화 시간표’를 전제로 일부 유연함을 내비치고 있어 북미 간의 접점이 될지 주목된다.

외교가에서는 문 대통령이 비핵화 해법에 대한 중재카드로 북한이 초기에 핵이나 미사일 가운데 일부를 포기하는 선제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제시했을 수 있다고 분석하며 이럴 경우 비록 부분적인 핵·미사일 폐기 조치지만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북미 간의 신뢰 제고 차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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