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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지난 15일 한국당 의원들 60명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민 여러분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문구가 선명한 현수막 아래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다. 한국당은 이전에도 비슷한 종류의 퍼포먼스를 종종 해오던 터여서 새로울 게 없고 이번 퍼포먼스는 더욱 공허한 느낌을 준다.

한국당의 의도가 ‘사죄의 뜻’을 분명히 전달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내는 것이라는 건 짐작이 되는데 무엇을 사죄하겠다는 건지가 ‘통째로’ 빠져 있다. 사죄를 하려면 잘못이 무엇인지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라고 말한다고 해서 잘못을 분명히 알고 있는 주권자들이 용서할 리가 만무하다.

의원들 60명이 엎드려 절할 때 방송하는 사람이 읽은 670자의 ‘반성문’은 잘못했습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로 시작한다. 잘 만든 문장이긴 한데 잘못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말로 채우는 바람에 반성문으로 보아주기도 어렵다. 국민께 사죄한다면서 사죄받는 사람의 말도 안 들어보고 “국민께서 주신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죄를 했으면 주권자 국민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게 예의 아닐까.

김성태 대표는 “국민이 한국당을 탄핵했다”면서도 원내 대표를 맡았던 본인에겐 책임을 묻지 않는다. 본인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혁신을 한다, 새로 태어난다고 얘기해 본들 믿음을 주기 어렵다. 홍준표 대표와 쌍벽을 이루는 리더십에 있었던 사람이 바로 김성태 대표인데 본인이 그 자리에 머물면서 혁신을 주도하려 한다면 왜 머물러야 하는지 설명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성태 대표가 내놓은 ‘혁신안’엔 ‘내용’이 빠졌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짚을 용기도 능력도 없음으로 해서 발생하는 문제다. 잘못한 건 재벌 중심 사고, 민생정책,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정책, 고질적인 색깔론, 외세의존 정책, 부패와 공생, 차별정책 옹호 등이다.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방향설정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정책의 혁신을 말할 수도 없었다. 그 결과 ‘조직 변화’를 혁신이라고 우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신한국당, 한나라당 시절은 물론 한국당 때도 ‘민생이 빠진 방안’을 내놓고 최고의 민생 방안이라고 우겼다. 민생은 정쟁의 수단으로 치부했다. 재벌과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는 정책으로 일관해 놓고 이제 와서 ‘혁신을 하지 못했다’고 말해 봐야 믿어줄 사람 없다.

한국당은 반공, 반북 정서에 기대어 반사이익에 안주하는 정치로 일관했다. 자신이 불리한 여건에 처할 때마다 색깔론에 기대어 반전을 시도하곤 했다. 그동안 새누리당과 한국당이 빨갱이 사냥의 연장 노선인 종북몰이로 얼마나 재미를 보았는가. 반공·반북 노선으로는 남북 평화공존도 평화통일도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색깔론과 민주주의는 양립 불가능하다.

반공·반북 노선의 다른 이면이 바로 미국 추종주의와 외세 의존 노선이다. 미국이 한마디 하면 깊이 감읍했다. 미국 비위 맞추는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하고 미국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동족에 적대하는 일도 서슴없이 했다. 이 같은 노선은 자주적이고 당당한 나라, 평화통일을 바라는 국민들=의 바램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보수 세력은 부패와 단절했다. 한국당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홍문종·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권성동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도 처리하지 않고 있다. 공기업 채용비리에 정점에 있는 의원들을 감싸면서“반성합니다”하고 외쳐봐야 공허한 메아리만 울려 퍼질 뿐이다. 차별 정책을 옹호한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다면 사죄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차별을 옹호하는 정당과 민주주의 정당은 양립 불가다.

자유한국당은 조직개편을 혁신이라 말하지 말고 속을 통째로 바꾸어라. 그럴 용기가 없거든 과감히 해산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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