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최 물리적으로 어려워"···친박 "당권 장악 수순" 반발

자유한국당 안상수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침체의 늪에 허덕이는 자유한국당이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 내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당초 9월께 전당대회 개최가 예상됐지만 2일 안상수 한국당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이 연내 개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친박·비박 간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하반기 정기국회가 열리면 국정감사 등 각종 현안으로 연내 전당대회 개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며 “9월 전당대회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으로 자연스럽게 내년 1~2월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은 혁신 비대위에서 논할 사안인데 준비위원장이 이같이 발언한 것은 월권”이라고 비난하며 “사전 정지작업으로 당 주도권을 가진 비박계의 당권 장악 수순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친박계는 또, “준비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이 된 것처럼 전당대회를 언제 하겠다고 한 표현은 갈등의 소지가 많다”며 “(전당대회)의총에서 표결에 부쳐야 할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특히, 비박으로 분류되는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그간 의원 전원을 수술대에 올리겠다고 공언했던 만큼 인적 청산의 칼날이 결국 친박을 겨냥할 것이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TK 지역 한 친박 의원은 “복당파 의원들이 칼자루를 휘두르는 자칫 살생 비대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당대회 개최 전에 살생 비대위를 통해 평정작업 내지는 정지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할 경우 김 권한대행을 포함한 일부 비박계 의원들에 대한 선거 참패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어 최대한 뒤로 미루려고 한다”며 “(비박계)전당대회를 최대한 미루며 혁신 비대위원장에게 칼자루를 줘 일부 계파를 정리한 뒤 당권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친박 의원들은 당헌·당규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통화에서 “60일 내 개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적어도 연내라도 개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친박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일부 비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전당대회 개최 시점과 관련해선 신중해야 된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이는 전당대회 연기가 계파 갈등의 암초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전적으로 혁신 비대위에서 판단토록 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이와관련 한 비박계 의원은 “혁신 비대위원장이 해야할 일을 준비위원장이 이야기하는 것은 당헌·당규 위반 일 수 있다”면서도 “(한국당) 혁신을 바라는 당원 및 보수를 위해서라도 당 내 대립보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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