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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라는 곳

장석남 등록일 2018년08월02일 18시19분  
저녁이면 어김없이 하늘이 붉은 얼굴로
뭉쿨하게 옆구리에서 만져지는 거기
바다가 문병객처럼 올라오고
그 물길로 통통배가 / 텅텅텅텅 텅 빈 채
족보책 같은 모습으로 주둥이를 갖다 댄다.


잡어떼, 뚫린 그물코, 텅 빈 눈,
갈쿠리손, 거품을 문 게


풀꽃들이 박수치는지
해안 초소 위로 별이 떴다
거기에 가면 별이 뜨기 전에 / 돌아와야 한다.
별에 눈맞추며 덜컹대는
수인선 협궤열차에 가슴을 다치지 않으려면
별에 들키지 않아야 한다
가슴에 휑한 협궤의 터널이 나지 않으려면




(감상) 시인의 자연에 대한 비유적 표현과 빛나는 감각은 과히 탁월하다. “저녁해”는 “붉은 얼굴”로, 그 “저녁해”가 산허리에 걸쳐서 넘어가는 모습을 “옆구리”에서 만져진다고 표현했다. 올라오는 “바다”는 “문병객”에, 해안으로 통통배가 들어서는 모습을 낡은 “족보책”에 비유한 것 역시 빛나는 감각 위에서 이루어진다. 마지막에 “별에 들키지 않아야 한다”라는 표현은 마음이 덜 다치려면 현실 속으로 늦지 않게 돌아와야 하므로 마음 속 유토피아와 동화(同化)되지 못하는 서글픔이 담겨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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