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가 흘린 밥풀떼기 한 덩어리에
검은 파리떼가 꼬여 있다
이제 더 이상, 아무 할 일도 없는
앉은뱅이 노모가 초록색 파리채를 들고
탁 탁 검은 파리를 때려잡고 있다, 배때기째로 짓뭉개고 있다
여기저기 검버섯이 핀 노모의 얼굴에도 파리떼가 잔뜩
아랫배가 볼록한 저 사진 속 아프리카 소년도 마찬가지
파리에겐 그냥 한 덩어리 밥,
노모가 흘린 한 덩어리 밥과 같다
눈곱 잔뜩 낀 눈가에 파리가 달라붙어도 쫓을 줄을 모른다
제 뺨을 제가 때릴 줄조차 모른다
햇살 따가운 슬레이트지붕이 무너진다
낡고도 가벼운 그림자가 마당 가득 무너진다
다 늙은 노모가 걸레 한 쪽을 까뒤집어
눈가를 닦는다 걸레로 입가를 닦는다
(감상) 무더위는 파리떼를 쫓는 노모의 기운마저 사라지게 합니다. 결국 슬레이트 지붕도 그림자도 무너지게 만들고, 한 덩어리 밥도 빠르게 썩게 합니다. 기운 없어지는 노모나, 굶주린 아프리카 소년이나 여름은 한층 더 죽음을 향해 가까이 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제3자에겐 그냥 한 덩어리의 밥과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은 인생이니, 올 무더위에 모두 무탈하길 빕니다. (시인 손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