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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한 자가 문득

김중식 등록일 2018년08월08일 15시03분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감상) 자신의 꼬리를 물고 도는 원(圓)안에, 우주적인 궤도 안에 벗어날 수 없는 나가 갇혀 있다. 획을 긋는 별똥별처럼 이탈한 자가 자유롭다는 사실을 누구나 인식한다. 그러나 운명 속에서 이탈한 자가 새로운 궤도 속에 속하면 또 다른 구속의 연속이 아닌가. 이탈하고자 하는 생각만 있고 실행할 수 있는 의지와 행동이 없는 것은 곧 범인(凡人)이기 때문이다. 한번쯤 아무 말 없이 나는 깊은 암자에 들어가 불목하니를 꿈꾼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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