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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균 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요즘 학계에서는 지방분권 이슈가 화두다. 그 중심에 있는 주제가 바로 자치경찰제도이다. 정부는 자치경찰제를 내년에 서울과 세종, 제주에서 시범 실시하고, 문 대통령 임기 내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1948년 정부수립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돼 온 자치경찰제는 경찰공무원의 생활안전 및 경비, 교통문제, 범죄 등 주민밀착 서비스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장이 갖는 제도이다.

이미 선진국들 대부분은 그들 나름의 역사와 문화, 사회적인 배경에 따라 그 나라에 적합한 자치경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제주도에 한해 부분적으로 자치경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치경찰 제도는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공무원이기 때문에 지역 치안에 있어 높은 책임감을 갖는다. 또한, 지역주민에게 친절하고 우호적이다. 지역주민들은 이런 자치경찰에 대해 보다 높은 지지와 애정, 협력을 보낼 수 있다. 아울러, 자치경찰은 지역의 특수성과 지방자치단체의 독립성을 기본으로 조직에 적합한 안전혁신 프로그램을 전개할 수 있다. 특히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선의의 경쟁으로 해당 지역주민에게 질 높은 치안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이 자치경찰제도가 갖는 최대 장점이다.

모든 제도가 그렇겠지만 자치경찰제도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다른 지역 자치경찰과의 유기적인 업무 협조가 곤란한 점이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영향력에 휘둘리거나 지역 토착세력과의 유착 등으로 인한 폐단도 우려된다. 실제로 지방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을 압도하는 힘센 토착인사들이 많이 있다. 또한 지역내 인사행정으로 인해 경찰 조직내에 복지부동이나 무사안일주의 문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그동안 자치경찰제 도입에 있어 정치권과 학계에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역대 여러 대통령들도 자치경찰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여야 정치권의 힘겨루기,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 간의 입장 차이, 거기에다 국가경찰의 보수적인 태도 등으로 지금까지 온전한 결실을 맺지 못하였다.

이번에는 대통령과 정치권의 의지가 높은 만큼 완성도 높은 자치경찰제 시행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자치경찰 제도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의 경험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그동안 제주 자치경찰은 ‘경찰이 아니라 청원경찰이다’, ‘무늬만 자치경찰이다’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와 관련된 논문들도 많이 발표되었다. 제주 자치경찰 제도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을 중심으로 관계기관과 전문가 등의 폭넓은 의견 수렴 하에 자치경찰의 업무 범위와 역할, 조직 및 인력운영, 재원확보 등 보다 구체화된 도입방안이 도출되어야 한다. 혹시나 자치경찰 제도가 그 시대적 당위성이나 대통령 공약이행 측면에 집착함으로써 시간에 쫓기어 여야 간의 졸속합의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자치경찰 제도가 좋은 제도임에는 틀림없으나 국민안전에 있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전 세계 국가 중에서 가장 치안 시스템이 좋은 국가 중의 하나가 대한민국이다. 자치경찰제가 조금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신중해야 한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의 효율적인 협업을 통해 진정으로 국민의 안전을 담보해낼 수 있는 대한민국 경찰 시스템 모형이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 실정에 적합한 최적의 모델을 마련해 치안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지방분권의 이념을 실현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짜야 한다. 자치경찰제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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