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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론

박헌경 변호사 등록일 2018년08월27일 15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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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경 변호사
태풍 ‘솔릭’이 지나간 뒤 언제 그토록 심한 폭염이 있었느냐는 듯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하늘 가득 대지를 적시고 있다. 떨어지는 빗줄기는 온 세상을 가맣게 안으며 세상살이의 아픔도 시시비비의 다툼도 잠시 멈추게 하고 욕심도 집착도 내려놓게 하며 우리들 마음을 차분히 정화시킨다. 이렇게 비는 내리는데 국내경제는 어려워지고 고용상태는 악화되고 있으며 빈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하여 찬반의 다툼이 가열되고 있다.

경제성장의 주류이론은 이윤주도성장론이다. 이윤주도성장론은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 기업의 이익이 증대된다면 기업이 고용을 늘릴 것이고 고용의 증대로 인하여 가계소득도 늘어나 기업과 노동자의 소득이 다 같이 증대될 수 있는 것이므로 법인세 인하, 정부의 기업보조, 노동유연화를 통한 성장을 주장한다. 그러나 보수정부 하에서의 이윤주도성장론은 법인세 인하, 노동유연화 등을 통하여 기업의 이익은 증가하였으나 기업이 투자를 늘리지 않고 기업이익을 내부 유보시키고 고용도 증대시키지 않음으로써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

이러한 이윤주도성장론의 반성에서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론을 채택하여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 생애맞춤형 소득지원 정책을 들고 나왔던 것이다.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임기 5년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고,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시키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차별을 해소하기 위하여 2022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며,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규제완화정책을 제안하였다. 생애맞춤형 소득지원정책은 각종 소득보장제도를 통하여 사회임금을 지급함으로써 가계소득 및 소비를 증대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0~5세 대상 아동수당을 도입하고, 미취업청년들에게 청년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며, 기초연금급여수준과 장애인연금을 인상하는 것 등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일자리 확대와 소득보장제도 확충을 통하여 가계소득을 증가시키고 늘어난 가계소득을 통하여 소비를 증가시키고 내수확대로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것으로 그 취지는 선하고 옳은 것이다. 특히 기업가의 소득은 일부만 소비에 사용되고 나머지 소득 대다수는 부동산투자 등에 사용되어 투기조장과 부의 대물림을 가져오는 데 반하여 서민인 노동자의 소득은 대다수 소비에 사용됨으로 노동자의 임금이 높아질수록 소비가 늘어나 내수확대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득주도성장은 분배를 통한 아름다운 경제성장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은 다음과 같은 비판에 귀를 기울여 소득주도성장의 문제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한국과 같은 수출의존 국가에서 급격한 임금인상은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투자가 위축되어 기업들로 하여금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을 가져오고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고용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 둘째, 정부가 주도하는 성장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재정조달 문제이다. 민간부문과 달리 공공부문 일자리는 해고 등 노동유연성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호봉 승진 등으로 지불해야 할 임금이 증가한다. 셋째,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생애맞춤형 소득지원은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므로 납세자인 국민의 과도한 세금증대와 다음 세대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넷째, 최저임금이 오르면 더 숙련된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로 갈수록 연쇄 임금인상이 불가피하여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외국근로자들의 불법체류가 늘어나 비숙련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국가가 개입하여 시장의 생산, 소비 자체에 영향을 가하는 국가주의 정책이다. 시장경제체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가의 개입은 시장의 실패에 대하여 보완하고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복지적 조치여야 할 것이지 국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여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득주도성장론은 대기업이 아니라 열악한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을 쥐어짠 돈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갑이 아닌 을의 돈을 다른 을에게 이전시킬 뿐 가계의 소득증대나 소비지출 증대를 가져오는 것이 아닐 수 있다.

개혁은 공고화된 기득권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현재의 기득권은 대기업 재벌, 정치인과 관료, 연봉 1억원 이상 고소득노동자의 이익을 수호하는 강력한 노조다. 대기업 갑질을 막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맞설 수 있는 역량을 키우도록 하여 중소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해야 하고, 공공부문에 대한 과도한 보상을 막고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을 통하여 국민 대다수의 노후생활을 안정시키며, 이중구조로 된 노동시장체계를 개선하여 비정규직과 청년세대에게 소득이 이전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4차산업혁명을 통한 민간일자리 동력을 창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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