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지방분권시대, 어떻게 열 것인가?

전문가 진단-허성우 (사)국가디자인 연구소 이사장

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등록일 2018년08월27일 21시47분  
▲ 허성우 이사장=사단법인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박사),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 자문위원, 시사평론가

금년은 민선 제7기 지방정부가 시작된 해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역대 모든 정부가 지방화 시대를 위한 지방분권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진전은 미미했다. 지방분권이란 중앙 권력을 나누는 일인 만큼 늘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큰 산을 울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움직였는데 나타난 것은 고작 쥐 한 마리)이었다. 그러는 동안 서울과 지방간의 경제·사회·문화적 격차는 날로 심화되었고, 수도권 대 지방이라는 양극화를 낳아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불러일으켰으며, 국가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막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끊임없이 호소해 봐도 서울 블랙홀 현상은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안 보인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초고속으로 경제부흥을 이룩한 20세기 후발산업화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국가로 손꼽힌다. 이는 1960년~70년대 박정희 모델이라고 불리는 중앙 정부 주도의 권위주의 발전 체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1960년대 주한 미 대사관 문관을 지낸 그레고리 헨더슨은 당시의 한국을 ‘중앙을 향해 치솟아 오르는 소용돌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경제규모가 작고 국민 생활이 단순했던 당시에는 강력한 대통령 지휘 아래 한 곳에 모든 자원과 자본을 집중시켜 관리운영 하는 체제가 한정된 자원으로 빠른 성장을 이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획일적이고 경직된 중앙정부의 정책 결정과 집행방식으로는 초(超)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과부하로 빨간불이 켜진 중앙-수도권 집중의 일극 체제에서 벗어나 한층 높아진 국민의 요구를 담아내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해답이 바로 지방분권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 지방정부의 상황은 어떠한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의해 손발이 묶여 지역발전, 위기대응 등 지방 문제를 스스로 해결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방정부의 세목과 세율에 대한 결정권이 아직도 중앙 정부에 주어져 있음을 물론이고, 헌법 제117조와 지방자치법 제22조에 따라 지방의 입법권 범위가 제한되어 지방정부가 지역 특색에 맞게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이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않다.

지방분권은 지방정부가 지역의 실정에 맞게 민감하고 발 빠른 대응을 가능하게 해 각종 재난과 사회문제를 보다 능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세월호 사고는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한 목포해양경찰은 중앙정부의 지침을 기다리느라 구조의 골든타임을 허비했어야 했다. 뉴욕시의 주도적인 구조 작업으로 ‘허드슨강의 기적’을 이룬 사실과 비교해 보면, 중앙정부에 상황보고를 올리고 지시를 기다리느라 전전긍긍하는 우리의 지방도시 사정이 안타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지방분권을 통해 서비스 수요자인 지역 주민과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줄여, 공공재의 종류와 정도가 지역주민의 취향에 더 잘 부합하는 방향으로 분배된다면 저출산, 청년실업, 고령화 등 고질적인 사회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지방분권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방분권화의 본질은 권력구조 개편에 있다. 현재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민주공화국의 완성인 지방분권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중앙정부가 모든 권한과 돈줄을 쥔 상황에서는 지방정부가 중앙에 ‘눈치 보기’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력구조 개편 개헌을 통해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형태로 대통령 권력이 분산된다면, 지방자치권은 자연스럽게 강화될 것이다. 지방분권을 위해서 정부형태에 대한 개헌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권력구조 개편 개헌을 통해 지방으로 중앙의 막강한 권한이 넘어가면 지방자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까? 지방분권화 논의를 제약하는 문제 중 하나는 지방정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그간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수직적 통제 문화에 익숙해져 있어 자발적인 혁신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특히 중앙당에서 왜곡된 정치 공학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천을 하다 보니,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전문성 결여로 인한 자질 시비와 도덕성 해이 문제가 끊임없이 일어났다. 지방자치 시행 23년간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선거법 위반과 뇌물 수수혐의로 기소된 건수만 해도 1000여 건이 넘는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역량이 제고되기 위해 정치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선결되어야 한다.

지방자치정부는 ‘민주주의 고향’이며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의 장’이다. 식물의 뿌리가 물과 양분을 잘 흡수해야 식물이 잘 성장할 수 있듯, 지방자치가 잘 이루어져야 국가경쟁력이 높은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 지방분권국가는 국가운영의 새로운 틀을 마련하는 막중한 사안인 만큼, 정치권 권력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적당히 설정되거나 디자인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 지방분권을 성공적으로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 공론화와 국민 참여를 통해 지방 실정에 맞는 발전 모델을 개발하고 새롭게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 경북일보 & kyongbuk.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