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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합방, 경술국치 그리고 식민지역사박물관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등록일 2018년08월29일 17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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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어제가 경술국치일이다. 1910년 8월 22일 통감 데라우치는 어전회의를 열도록 강압했다. ‘한국병합에 관한 조약’ 체결절차를 밟기 위한 것이다. 순종황제가 참석한 회의에서 ‘전권위임에 관한 조서’를 받아내는 형식을 밟는다. 전권위원으로 임명된 총리대신 이완용을 앞세워 조선을 식민지로 삼았다. ‘조약안’이 공포된 날이 바로 8월 29일이다.

일제가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날을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국사책은 오랜 시간 동안 한일합방이라고 기술했다. 2000년대 이후 한일병합이라고 쓰는 교과서가 늘어났다. 최근으로 올수록 역사 교육을 부실하게 한 탓에 8월 29일이 무슨 날이냐고 물으면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선열들을 볼 면목이 없다. 국가추념일 지정을 서둘러야 한다.

1909년 12월 4일 일진회는 ‘일한합방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순종황제에게는 상소문을 올리고 통감 소네에게는 합방청원서를 보냈다. 일진회는 조선은 “이미 목숨이 끊어진 지 오래된 시체나 다름없다”면서 “보호받는 열등 국민으로 살기보다는 차라리 일본과 합쳐 세계 대제국을 만들어 세계의 일등 국민으로 일본인과 똑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살아보자. 이것이 조선 민족이 사는 길이다”고 했다. 그들이 말하는 한일합방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흡수 합병되는 걸 뜻한다. 함부로 한일합방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되는 이유이다.

합방의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의 나라가 하나로 합쳐짐’을 뜻한다. 병합은 ‘둘 이상의 조직이나 사물을 하나로 합침’을 뜻한다. ‘한일합방’ 또는 ‘한일병합’은 조선민족이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합의하에 통합했다고 선전하려고 쓴 말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에 대한 침략의 강제성과 불법성을 은폐시키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국사 교과서가 일본의 공식 식민지로 전락한 날을 한일합방일로 기술하고 학생들에게 교육한 것을 보면 우리 교육이 얼마나 민족주체성을 상실했는지 잘 보여준다. 임시정부는 국권 상실한 8월 29일을 ‘경술국치일’로 이름 지어 추념했고 8·15 해방 이후에도 정부에서 추념하였는데 박정희 정권 집권과 동시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버렸다.

2012년 당시 국회의원 하던 정옥임 씨는 언론사와 인터뷰 중에 “한일합방 100주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항의를 받고 곧바로 사과하면서도 “한일합방이라는 표현은 학교 다닐 때 그렇게 배워 무심결에 튀어나왔다”고 했다. 대한민국 학교 교육의 민낯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 수 없다.

29일 식민지역사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준비를 시작한 지 11년만이다. 8년 동안 모금된 돈이 14억원이다. 이 가운데는 일본 시민들이 모은 1억345만원도 포함되어 있다. 일본 시민들 800명과 14개 단체가 동참했다. 일본 시민들은 식민지역사박물관의 뜻에 동참하기 위해 ‘식민지역사박물관과 일본을 잇는 모임’을 3년 전에 결성하고 모금 활동에 나섰다. 팸플릿 4만 부를 만들어 전국에 홍보했다 한다. 아베 정부를 정점으로 하는 군국주의 세력이 있는가 하면 일제 침략사의 진실을 드러내는 길에 함께 하는 일본인들도 있다.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고마운 마음이 들고 뜨거운 연대의 정을 느낀다.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에 정부가 재정 지원을 했어야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박정희기념도서관 건립될 때는 정부 돈을 지원했다. 독립투사들이 만주에서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할 때 박정희는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군사관학교 과정을 밟고 항일독립군을 토벌하는 군대에 배속되어 활동한 인물이다. 매국노의 길을 걸은 인물을 기리는 기념 시설에는 재정을 지원하고 독립운동을 기리는 식민지역사박물관엔 모르쇠로 일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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