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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 애환이 물씬한 자영업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등록일 2018년09월05일 17시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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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영화 ‘유브 갓 메일’은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두 남녀의 로맨스다. 도입부 주제가 선율이 무척 감미롭다. 낙엽이 뒹구는 뉴욕의 가을을 배경으로,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이 주연한 이 작품은 몇 가닥 씨줄을 엮어서 전개된다.

먼저 결혼이 아니라 동거하는 미국식 연애 문화를 보여준다. 또한 요트를 여럿 소유한 억만장자와 상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신데렐라의 인연을 버무린다.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동네 서점의 여주인 캐슬린. 인근에 거부인 폭스의 대형 서적상이 들어서면서 곤경에 처하고 급기야 간판을 내린다.

저렴한 가격과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는 거대 기업의 물량 공세가 구멍가게를 잡아먹은 것이다. 한데 둘은 익명으로 채팅을 나누는 사이다. 호기심을 키워가던 그들은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곤 진지한 관계를 이룬다는 내용.

사실 나의 관심을 끌었던 장면은 사랑의 결실보다는 골목 서점의 몰락이다. 요즘 말하는 자영업의 퇴출이다. 우리의 현실도 비슷하다. 광화문 교보문고와 뒷거리 책방의 경쟁력은 누가 보아도 뻔하다. 영악한 소비자 선택을 나무랄 계제도 아니다.

아파트가 밀집한 이면도로변에는 먹거리 위주의 가게가 늘어선 풍경이 정겹다. 내가 사는 마을도 그러하다. 오가면서 인사를 나누고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다. 참고로 이웃 점포를 이용할 경우 가급적 신용카드를 사용치 않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작은 도움을 주고자 하는 연민이랄까.

아들딸 또래 젊은 부부가 영위하는 카페가 있다. 가끔 들러서 초코쿠키나 스콘을 산다. 올망졸망 실내를 장식해 단골 고객이 오는 듯하다. 근데 매월 백만 원 넘는 집세에 자기들 노임이나 챙기는지 궁금하다. 결례라 여겨 물어보진 못했다. 건물주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치킨집은 자영업의 대명사로 통한다.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카페 옆에 있는 치킨집도 간혹 이용한다. 여주인 성에다 마담을 붙인 상호로 유명 체인점이 아닌 개인 브랜드다.

육십 대 안팎의 그녀는 장사의 어려움을 하소연한다. 월세 수십만 원과 가스 요금 등 고정비가 백만 원이 넘는다고. 여름철엔 인건비는 고사하고 적자라고. 그냥 이심전심 처연한 공감으로 들어줄 뿐이다.

지난 칠월 하순경 그분은 한동안 점포 문을 닫고, 영일대 해수욕장 조개구이 식당에 아르바이트를 간다고 말했다. 저녁 6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근무하는 대가로 하루 10만 원을 받는다고. 언젠가 불빛 축제에 갔을 무렵 문득 아주머니가 떠올랐다.

오늘도 치킨집 앞을 지나간다. 산책길 연변에 있는 탓이다. 불이 꺼진 어둔 실내를 배경 삼아 차림표가 덩그렇다. 이제는 돌아올 시기가 됐을 텐데. 자꾸만 시간이 흘러가듯 임대료는 꼬박꼬박 지급될 것이다. 다시 개업한다면 재빨리 닭고기 튀김을 사리라.

자영업은 자신이 직접 경영하는 사업을 말한다. 당연히 일체의 손익을 스스로 부담한다. 한국은 자영업 비중이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다. 무려 25%가 넘는다. 우리 경제에서 소상공인이 중요한 까닭이기도 하다.

자영업이 흔들리면 서민 생활이 위축돼 실업난이 발생하고 사회가 혼란할 우려가 커진다. 고용 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감소와 실업자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비싼 임대료에다 인건비 부담 가중도 하나의 원인이 아닌가 싶다. 자영업자 위기는 서민들 한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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