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미국은 왜 매케인을 영웅으로 추모하는가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등록일 2018년09월06일 17시38분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전직 대통령 세명과 전직 부통령 세명, 수백 명의 상하의원과 정치인, 전·현직 장관급 관료와 수많은 국민이 운집한 장례식.

지난 1일 미국 워싱턴국립대성당에서 치러진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의 장례식장의 모습이다. 이 날 참석자는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엘 고어, 딕 체니, 조 바이든 부통령이다. 매케인 의원과 정치적 경쟁자였던 오바마(민주)와 부시(공화) 전 대통령이 이날 조사를 맡았다. CNN과 폭스뉴스 등 진보, 보수 언론들도 장례식을 미국 전역에 생중계를 했다. 이날 장례식은 보수와 진보가 한데 어우러져 편가르기식 정치에 능한 ‘트럼프 시대’에 보기 드문 ‘통합의 장’을 선보였다. 언론들은 생중계하면서 매케인의 장례식은 고인에 대한 추모행사이자 장례식에 초청받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날 선 비판을 가하는 자리였다고 했다.

2008년 매케인과 대통령 경선을 벌여 승리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조사에서 “허풍과 모욕의 정치는 용감한 흉내를 내지만 실제로는 공포에서 나온다. 매케인은 우리가 이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항상 외쳐 왔으며 그는 늘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을 위해 싸웠다”고 추도했다. 오바마가 정적에 대한 공개적인 말 폭탄식 비판과 언론 비난을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술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2000년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매케인과 맞붙었던 부시 전 대통령은 “매케인은 한마디로 ‘용기와 품격의 결합’이라고 칭하며 그는 국가를 위해 가치가 없다고 믿는 정책과 관행들에 대해서는 정파를 떠나 정면으로 맞서온 올곧은 정치인이었다”고 회고했다.

장례식에 초대받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자신 소유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같은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자신의 포퓰리즘과 여성 비하 발언, 친 푸틴성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는 이유로 매케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백악관의 공식 애도 성명 발표도 거부하고 추모 조기 게양도 내렸다 올렸다를 번복하는 옹졸함을 보였다.

존 매케인의 삶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본보기로 칭송되고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가 해군 제독을 지낸 명문가 출신의 ‘금수저’이면서도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하면서 한 번도 후방에 머물지 않고 베트남전에 참전해 최전선에서 싸웠다. 그는 1967년 10월 26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서 북베트남군의 미사일에 전투기가 맞아 격추되면서 낙하산으로 간신히 탈출했으나 양팔과 다리 하나가 부러진 채 호수로 추락했다. 그는 생포되어 5년간 갖은 학대와 고문으로 점철된 포로생활을 견뎌 낸 끝에 석방되었으나 한 번도 자기 머리를 제 손으로 빗지 못했다. 평생을 시달린 부상 후유증 탓이다. 그가 포로로 잡혔을 때 그의 아버지는 태평양 사령관이었다. 북베트남군이 협상용 카드로 그의 조기 석방을 미국 측에 제안했으나 부자(父子)는 의연하게 거부했다. 당시 매케인은 석방 거절 이유로 “나보다 앞서 붙잡힌 포로들이 먼저 석방된 후 나가겠다”며 버텨냈다. 그의 아들도 해군에 지원, 이라크전에 참전하는 등 가문의 전통을 이었다. 생존 시 그의 상원의원 사무실 앞은 여야를 넘어 초당적 존경을 받아온 원로 정객을 보러온 국민들로 항상 장사진을 쳤으며 록스타급 인기를 방불케 했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은 감옥에 갇혀 재판을 받고 있고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는 80대 후반의 전직 대통령은 법원에 기소돼 재판에 계류 중이다. 국민은 진보와 보수로 갈라지고 사회지도층 보수 원로들은 ‘대한민국 수호 비상국민회의’라는 시민단체 등을 만들어 좌편향 정부를 향한 대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일부 사회지도층은 목숨을 걸고 자식을 군에 보내지 않으려고 갖은 편법을 쓰고 졸부들은 갑질 횡포와 부동산 투자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래도 나라가 정상으로 굴러가면 그것은 기적이거나 신의 착시로 인한 과보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 발전기금지원을 받았습니다.

<ⓒ 경북일보 & kyongbuk.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