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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욱 정치경제부장
10월 1일은 대한민국 국군 탄생을 자축하는 제70주년 국군의 날로 사람으로 치면 장수를 했다며 성대한 칠순 잔치를 갖는 날이다.

그런데 2018년 대한민국 국군의 날은 칠순 잔칫날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이벤트인 퍼레이드가 사라지고, 기념식 시간도 저녁 시간대로 미뤄지는 등 참 이상하게 치러진다.

국방부는 1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3000여 명의 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약 80분간에 걸쳐 그야말로 조촐하게 마련될 예정이다.

굳이 특별한 것을 찾으라면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육군의 드론봇과 워리어 플랫폼, 해군 및 공군의 유·무인 무기체계 등 미래전투수행체계를 처음으로 시연한다는 것 정도다.

국군의 날 행사는 지난 1956년 앞서 각 군별 창설기념일로 치러지던 행사를 통합해 처음으로 국군의 날을 제정했다.

이후 국군의 날은 5년 주기로 대규모 행사를 마련해 대한민국 국군의 위용을 알려왔으며, 지난 2008년과 2013년에는 육해공군 장병들과 각종 무기들로 갖춰진 대열이 서울 도심 퍼레이드를 펼쳤었다.

군사퍼레이드를 나쁘게 폄하한다면 군사문화의 잔재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국민은 기념식과 퍼레이드를 통해 든든한 국방력을 느끼며 한층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

60여만 대한민국 국군 역시 스스로에게 ‘나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요즘처럼 급진전되고 있는 남북관계와 일본의 군사국가화 추진,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무역분쟁 등 다양한 변수와 불안요소들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음 든든한 국군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들어 남북관계 개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각종 한미연합훈련을 연기시킨 데 이어 국군의 날 퍼레이드마저 없애버렸다.

반면 남북관계의 반대쪽인 북한은 어떤가?

북한은 지난 2월 8일 건군절을 맞아 서울 여의도 광장격인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1만3000명의 병력과 각종 재래식 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대거 동원해 열병식을 가졌으며, 지난 9월 9일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식(9·9절)에는 탄도미사일만 제외했을 뿐 병력은 1만5000명으로 늘려 열병식을 가졌다.

특히 9·9절 기념식에는 그동안 열병식에서 빠져 있는 각종 군 관련자들을 대거 참가시키는 등 또 다른 변화까지 가져왔다.

즉 한국은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까 봐 늘 해오던 훈련과 행사를 연기하거나 축소한 반면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한 탄도미사일만 빠졌을 뿐 ‘자기식’대로의 행사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국방부는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정한 이유와 관련 ‘한국전쟁 당시 반격에 나선 국군 3사단이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날로 정했다’는 설명마저 빼버렸다.

모처럼 남북 평화무드가 무르익고 있는 상황에서 시비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뜻은 이해하지만 3년간의 전쟁과 끊임없는 도발로 피해를 입혀 온 북한에 이처럼 굴욕적인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내주고 비켜주기만 하는 정부의 처사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우리가 평화를 원하는 것은 굴욕스럽고 불안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하고 안심하고 살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국군의 날 70주년을 맞아 더 이상 굴욕스런 대북정책이 이뤄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종욱 정치경제부장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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