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구미 등 가전·주방용품 밀집지역 손님 발길 뚝
극심한 경기 위축으로 자영업 폐업 늘고 창업 줄어

구미시 원평동의 한 중고제품 판매업체에 점포 임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극심한 경기 위축으로 자영업 폐업이 늘고 창업이 줄자 중고시장은 물론 관련 물품 판매·임대업도 찬바람에 위축되고 있다.

25일 오전 10시 중고 가전·주방용품 판매점이 밀집한 포항시 북구 덕수동 나루끝 거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겨 한산했다.

물품을 찾는 사람들이 없다 보니 중고 가게들은 한창 일할 시간이지만 조명만 켜 놓은 채 가게 문은 대부분 잠겨 있었다.

그나마 문이 열린 한 중고 냉장고 등 식당 물품 판매업소 주인은 “경기가 좋았던 10년 전에 비해 판매가 10분의 1로 급감했고, 4~5년 전에 비해서도 반 토막 이하로 크게 줄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예전 같으면 식당 창업을 위한 냉장고 등 구입 문의가 1주일에 2~3건은 있었지만, 지금은 한 달에 1건 있을까 말까 한 정도”라며 “홈페이지를 통해 그나마 가끔 타 지역으로 판매하는 정도고 포항 지역은 꽁꽁 얼어붙었다”고 힘없이 말했다.

포항시 남구 상도동의 대형 종합주방용품 판매점인 삼성종합주방 김병우 대표도 경기 위축과 대기업의 골목 상권 침투, 개인의 인터넷 주문 증가에 따른 ‘3중고’를 호소했다.

김 대표는 “극심한 지역 경기 부진으로 일감이 줄다 보니 12명이던 직원도 차츰 줄어 현재 7명에 불과하다”며 “철강공단 내 공장 구내식당 등 큰 거래처도 대기업 산하 유통·자재업체가 잠식해오고 개인들도 인터넷 업체에 주문을 많이 하다 보니 저는 물론이고 영세 자영업자들은 더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중고제품 매입·판매 업체가 모여 있는 구미시 원평동 목화예식장 인근에서 중고가전·가구 대리점을 하는 A(45·여)씨도 “중고물품 매입도 판매도 최근에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며“장사가 안돼 올해만 주변 3곳이 이미 문을 닫았으며, 지난해 문 닫은 업체까지 더하면 이제 영업을 하는 업체가 몇 안 된다”고 말했다.

주변 중고 제품 취급 업체 10여 개 중 문을 연 곳은 두세 곳에 불과했다.

문을 닫은 업체 입구에 붙은 상가 임대·매매 현수막과 어지럽게 쌓인 중고 제품들은 중고시장마저 비명을 지르게 하는 구미의 지독한 경기 침체를 실감케 했다.

구미시 송정동에서 사무실 복사기 임대업을 하는 B 씨(43)도 최근 밀려드는 계약 취소에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B 씨는 가게 공간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복사기를 바라보며 “사무실 이전과 폐업으로 다시 돌려받은 것들”이라며“구미 기업이 모두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고 하더니 그게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 칠성시장 인근 식당 중고비품을 판매하는 상가 10개가 모인 거리에는 냉장고와 식탁 등 각종 물품은 즐비했으나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늦은 점심을 때우는 일부 상인들의 표정도 밝지 못했다.

이곳 상인들은 지난해보다 유통되는 물량이 절반 정도로 줄어드는 등 최악의 경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침체로 창업자들의 발길이 줄면서 중고 시장도 물량도 쌓이고 있다.

숯불구이용품 등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물품만 놔두는 창고를 쓰는 상인들이 상당수다”며 “그것도 예전부터 물량이 조금씩 쌓인 것인데, 최근 들어오는 물량도 지난해보다 반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셔터를 굳게 내린 상가도 눈에 띄었다. 문을 닫은 지 3년 정도 된 곳이라고 인근 상인은 설명했다.

신제품과 중고물품을 함께 취급하는 가구 상인 C씨는 “인테리어 업자나 자영업자에게 물량을 먼저 주고 나중에 수금을 못 하는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며 “지난 몇 년 동안 경기 침체에다 빚까지 끌어안은 상인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10여 년 동안 이어온 장사를 접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1년 입을 팬티를 2년 입던지,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틸 수밖에 없다”며 “요즘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이 많아 인근 식당 아주머니들도 장사가 안된다고 한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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