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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원장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 만큼 실천하기 어려운 말도 잘 없습니다. 우울한 사람에게 ‘크게 마음먹어라’든지, ‘신경을 너무 쓰지 마라’고 충고해 주는 말은 참 의미 없습니다. 우울한 사람은 우울한 이유가 여러 가지 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외부적인 스트레스나 환경의 어려움 때문에 우울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거나 실직을 했거나 가족 중 누가 아프거나 등의 외부적 원인이 우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충고 보다 외부적인 원인을 조금이라도 해결해 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외부적인 원인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울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외부적인 원인 없이 내부적인 이유로 우울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는 뇌신경 세포들 간의 신경전달물질 중 특히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의 활동이 저하 되면 우울증이 온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의 우울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항우울제라는 신경 약물을 사용합니다. 이 약물의 기전은 세로토닌을 활성화 시켜서 우울을 치료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생물학적인 원인의 우울증 치료에는 충고보다 항우울제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반면에 우울한 생각의 틀을 가지고 있어서 우울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가 바로 ‘우울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우울하다’는 말이 들어맞는 우울증입니다. 이를 ‘우울한 인지적 편향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우울한 생각의 붕어빵틀에는 우울한 생각만 찍혀 나온다’라고 해도 맞습니다. 이런 우울증에는 백 마디 충고보다 우울한 생각의 틀을 조금이라도 바꾸어 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생각의 틀을 바꾸어 주기 위해서 많은 치료자들이 노력을 합니다.

이 생각을 바꾸는 치료를 하기 위해서 바로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많은 정성을 기울입니다. 다음은 마음먹기에 따라 결과가 얼마나 달라지는가를 설명할 때 더러 사용하는 예입니다.

여러 해 전에 어느 늦가을에 큰 태풍이 왔을 때의 얘기입니다. 그 태풍에 들판의 나락들도 쓰러지고 나무에 과실들도 죄다 떨어졌답니다. 수확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큰 태풍이라 다들 망연자실 했겠지요. 어느 사과 농사를 짓던 마을의 한해 거름 주고 벌레 막아 잘 키운 탐스러운 사과들도 죄다 떨어졌답니다. 그저 사과 농사로 먹고살던 농부들은 무심한 하늘만 탓하고 망연자실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한숨과 우울로 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때 어느 현명한 한 농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였답니다. 모든 밭의 사과 칠 할이 떨어져서 우울하고 슬픈데도 그 농부는 남은 삼 할의 사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지요. “이 큰 비바람에도 끄떡없이 붙어 있는 저 사과야말로 대단한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시련에도 나가떨어지지 않고 꿋꿋이 견뎌내는 억척인 것들이다”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래서 남은 사과를 ‘합격 사과’로 칭하고 입시생들을 둔 가정에다가 열심히 팔았답니다. 사과는 날개 돋친 듯 높은 값에 팔렸음은 당연하고 그 농부는 다행히 큰돈을 벌고 행복하게 긴 겨울 잘살았답니다. 즉 마음먹기 나름인 것이지요. 그 농부는 남들 다 우울 할 때 생각의 전환으로 남은 삼 할의 사과에 희망을 본 것이고 그로 인해 행복했으니 그 생각의 차이가 얼마나 큽니까.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은 참 쉽지만 마음을 달리 먹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을 알도록 설명해 주고 가르쳐 주고 옆에서 도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정하고 반복 훈련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개입(이를 인지치료라고 합니다)이 마음을 바꾸어 먹는 데 꼭 필요합니다. 이는 우울증 치료에 중요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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