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4일부터 고려 문화재 450여점 한 자리

청자 꽃 모양 발
국립중앙박물관은 특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을 다음 달 4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개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대고려 특별전은 과거의 장르별 전시와는 달리 고려 미술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전시로, 국외(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4개국 11개 기관을 포함해 총 45개 기관이 소장한 고려 문화재 450여 점을 한 자리에 모았다.

고려가 주변 나라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이룬 찬란한 미술과 그 문화적 성취를 살펴보는 이번 특별전에는 네 가지 이야기를 준비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고려의 수도 개경에서 출발한다. 밖으로 열려 있던 사회, 고려의 바다와 육로를 통해 드나든 다양한 물산과 교류 양상을 살펴본다. 국제도시였던 개경에는 많은 외국인이 찾아왔다. 1123년 6월 송 휘종(徽宗)이 보낸 200여 명의 사절단을 이끌고 온 서긍(徐兢 1091~1153)도 그중 하나였다. 사신 서긍은 고려에서 보낸 한 달을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이라는 책에 담았다. 이국인의 눈으로 본 고려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최상의 아름다움, 왕실 미술’에서는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다채롭고 화려한 미술이 개경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고려 왕실은 최대의 미술 후원자로, 왕실의 주도하에 회화·금속공예품·나전칠기·자기 등 최고급 소재로 새로운 차원의 물질문화가 창조됐다. 모든 물류가 모이는 개경의 번성함을 지나면 기획 2실로 이어진다.

두 번째 이야기는 고려 사찰로 가는 길이다. 고려시대에는 불교와 유교, 도교 등 다양한 사상이 평화적으로 공존했다. 이 가운데 국교라는 큰 지지기반에서 이룩한 불교문화는 정점을 이루며 이후 1100년 동안 다방면에서 찬란한 여정을 보여줬다.

고려는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어낼 만큼 오랜 출판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중세 유럽 기독교 수도원의 수도사의 일과가 성경을 베껴 쓰는 일과 기도로 이루어졌듯이, 고려의 승려도 경전을 직접 베껴 쓰며 사경을 제작했다. 필사의 전통에서 인쇄로의 전환은 세계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쇄 문화는 수도원과 사찰, 성경과 경전이라는 신앙 공간, 종교의 성전(聖典)을 매개로 꽃피었다.

대장경에는 불교의 성전이라는 신앙적 의미로서뿐 아니라 지식을 체계화하고 소통하고자 했던 인류의 지혜가 담겨 있다. 대장경판이 봉안된 해인사 장경판전은 진리를 향해 나아간 당대의 노력을 보여주는 거대한 도서관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대장경을 전시함으로써 인류의 지혜와 소통의 노력이 현재도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다.

고려 불상과 불화를 만나는 순례 여행도 준비했다. 신앙의 중심인 불상과 불화에도 고려 문화의 독자성과 다원성이 나타난다. 지역에 따라 다원적으로 전개된 고려의 불상, 불상 내부에 납입된 복장물(腹藏物)과 섬세한 직물은 동북아시아 불교 의례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중요한 퍼즐이다. 청양 장곡사의 약사여래좌상은 천 명이 넘는 승속(僧俗)이 함께 발원한 고려를 대표하는 보물이다. 10m가 넘는 발원문에는 삶에서 병마가 비껴가기를 기원했던 칠백 년 전의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고려전의 제3부는‘차가 있는 공간’, 고려의 다점(茶店)이다. 고려 사원에 담긴 지혜와 바람을 찾아가는 이 길의 끝은 어느 사찰 입구에 있었을 법한 다점으로 이어진다. 다점은 현대의 카페처럼 고려인의 일상 깊숙이 자리했던 곳이다.

차는 국가와 왕실, 사찰의 각종 의례와 행사에서 그리고 고려인의 삶 속에 언제나 함께 존재했던 문화로, 다점에서 고려의 수준 높은 지식과 문학, 예술 그리고 다양한 향유 계층을 만날 수 있다. 고려 지식인은 국가 운영의 이념이었던 유교적 교양을 갖췄으며 관료적 질서 속에서 고려 사회를 이끌어 나갔다. 이들은 시와 서예, 그림과 같은 문예 그리고 공예품을 향유하고 감상할 수 있는 감식안도 지녔기에, 이 시기 예술 수준은 더욱 높아질 수 있었다.

전시의 네 번째 이야기는‘고려의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로, 예술성의 정점을 이룬 공예 미술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고려의 미술은 도전의 역사다. 자연으로부터 얻은 다양한 재료와 이를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은 10세기에서 14세기에 이르는 시기, 동북아시아가 이룬 공통적인 문화 성취이다. 그러나 기술을 어떻게, 어디에 쓸 것인가의 결정이 위대한 예술을 창조했다.
▲ 아미타불좌상, 헤이안 12세기,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8 아미타불좌상, 헤이안 12세기,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염소, 고려 14세기(추정),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아미타내영도
가장 오래된 화엄경 목판, 고려 1098년, 법보종찰 해인사 소장
보스턴 주자
▲ 둔황 수월관음도
희랑대사좌상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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