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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주택 기피하는 자치구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등록일 2018년12월05일 16시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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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퀴즈 하나 내겠다. 강북구·강서구·도봉구·성북구·양천구·중랑구의 공통점은? 서울에 있는 자치구 이름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무엇일까? ‘저소득층 공공임대주택’을 기피하는 자치구들이다. 지역에 공공주택이 들어온다고 하면 갖은 명목을 붙여 ‘반대’부터 한다. 흔히 보는 풍경이다. 하지만 자치구가 주민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이들 6개 자치구는 민원과 복지비용, 불균등한 지역 안배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해당 자치구에 저소득층용 매입임대주택 확보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이를 받아들였다. 매입임대주택은 열악한 조건에서 신음하는 빈곤층에게 공급되는 주택 형태다.

주민의,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자치를 지향하는 지자체가 주민을 위한 공공주택 확보 기회를 회피·거부했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공공주택 공급을 책무로 하는 SH공사가 지자체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인 것도 충격이다.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순 시장을 보유한 서울시가 산하기관인 SH공사의 역주행을 묵인하고 동조했다는 것은 더 큰 충격이다.

다소 길지만 SH의 말을 들어보자. SH는 “서울 6개구가 매입임대주택의 충분한 공급을 이유로 우리 공사에 매입 자제를 요청해 현재 해당 자치구에서 저소득층을 입주대상으로 하는 일반형 매입임대보다는 청년·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같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임대주택 위주로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SH공사 스스로 ‘저소득층 매입임대보다는 대학생 등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 위주로’ 공급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젊은 사람이 아닌 저소득층은 방치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종로 고시원 같은 곳에 거주하다 불에 타죽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저소득층과 서민용 공공주택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이 존재의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 더욱이 ‘매입임대 확보 자제 요청’을 수용한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6개 지자체가 ‘충분한 공급을 이유로 자제 요청’한 것처럼 대신 변명까지 해주고 있다. 이들 자치구가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들어보자.

“특정 지역에 저소득층 및 소외계층이 집중되고, 지역 계층간 불균형으로 인한 주민 갈등과 도시의 균형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우리구의 재정 부담, 복지행정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강북구청)

“타시도로부터 저소득층이 계속 유입되고 있고, 그로 인해 우리 구는 총 예산에서 복지대상자를 위한 예산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강서구청)

“우리 구 매입임대주택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지역 간 불균등한 점이 있고 임대주택 입주민과 기존 거주민과 유무형 갈등 등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다”(도봉구청)

“성북구 매입임대주택 비율은 서울시 전체보다 월등히 높아 주민 간 갈등이 심하고, 지속적으로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성북구청)

그럴듯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 말 속에는 국가기관으로서 애민정신과 인간 사랑의 정신이 없다. 인간존엄성과 주거권을 지키기 위한 의지가 없다. 공존 공생의 공동체 정신이 없다. 그러면서도 ‘소외 없는’, ‘따뜻한’, ‘세대 간 균형’ 같은 말을 앞세우고 있다.

‘저소득층 공공주택 확보’를 거부한 행위는 저소득층에게 공공주택 입주기회를 축소·박탈하는 주거권 역주행이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당장 철회해야 한다. 박겸수 강북구청장, 노현송 강서구청장, 이동진 도봉구청장, 이승로 성북구청장, 김수영 양천구청장, 류경기 중랑구청장과 SH공사 김세용 사장, 박원순 서울시장은 상처받은 가난한 주민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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