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봉기(54) 신임 대구지방법원장이 14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신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손 대구지법원장은 판사들이 추천하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통해 전국 최초로 지방법원장에 취임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손봉기(53·연수원 22기) 신임 대구지법원장은 13일 취임식에서 “국민으로부터 사법부가 불신을 받는 상황에서 자괴감, 실망감, 안타까움, 슬픔을 누구보다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 “사법부의 위기는 법원다움의 회복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의 최후 보루’로 불리는 법원은 억울함을 마지막으로 호소할 수 있는 곳, 그 호소에 귀 기울여 줄 것이라고 간절하게 기대하는 곳이어서 그 기대에 걸 맞는 법원다운 모습과 구성원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는지 진지하게 반성하고 성찰하는 것에서부터 사법부 위기 극복은 시작된다는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일선 판사들이 법원장 후보를 추천하는 ‘법원장 추천제’를 통해 임명된 손 신임 법원장은 취임식에 이어 법조 기자단과 가진 별도 인터뷰에서 “땅에 떨어진 법원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일이 급선무”라고 했다. 그는 “장수(將帥)로서의 능력을 갖춘 구성원들을 졸(卒)이 아닌 장수로서 대접하면 반드시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는 신념으로 먼저 나서서 구성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아보는 자세로 일하겠다”고 했다. 구성원들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부당한 외부 압력이 있다면 막아주겠다고 약속했고, 정당한 업무처리로 인한 결과에 대해서는 절대 위축되면 안된다고 했다.

‘겸손’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내세웠다. 손 법원장은 “가세가 기울어 중학교도 진학하지 못한 시절이 있었고, 항상 부족하지만 당당하게 살아왔기에 자신 있게 겸손이라는 말을 내세울 수 있다”면서 “비굴함이나 가식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몸에 붙어버린 단어가 바로 겸손이다. 항상 어린 시절 일을 하면서 다친 손가락을 보며 스스로를 돌아본다”고 설명했다.

법원장 추천제도에 대한 간절함도 표현했다. 손 법원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대폭 양보하면서까지 마련한 제도가 법원장 추천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에 시범 실시 과정에서 대구법원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지만, 내가 법원장으로서 역할을 잘 해낸다면 제도 자체가 계속 이어지고 직원들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인사 혁신도 예고했다. 기존 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부장판사, 단독판사, 배석판사 사무분담위원회에서 최상의 법원 조직 구성안을 논의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손 법원장은 “가장 최선의 방법이 될 수도 있고, 다소 시행착오 때문에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면서도 “사무분담위원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으며, 다소 시행착오가 있다 하더라도 장수로서의 역량을 갖춘 구성원들이 잘 극복할 것”이라고 했다.

2013년부터 2년간 대구지방변호사회가 처음으로 도입한 법관평가제에서 우수 법관으로 뽑혔던 손 법원장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판사들에게 질책보다는 위로로서 발전 가능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활용하겠다. 변호사들의 평가 결과가 객관적으로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당사자나 법원을 위해서 완곡하게 선배 법관으로서 조언을 하겠다”고 말했다.

손봉기 신임 대구지법원장은 달성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구지법 상주지원장, 사법연수원 교수, 울산지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쳐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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