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차례 넘는 여진 게속···수면장애·식욕저하 등으로 고통 호소
20일 지진-지열발전 연관성 분석 결과 발표에 시민들 촉각곤두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시범가동 후 중지된 상태인 지열발전연구소.
지난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 발생한 지진은 포항시민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흥해읍)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이었다. 1978년 기상청이 장비로 지진을 관측한 이래 2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진원지가 3~7㎞ 정도로 얕아 피해 규모로는 2016년의 규모 5.8 경주 지진을 뛰어넘었고 다음날 치러질 예정이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일주일 연기되기도 했다.

지진 당시 수많은 건물 외장재나 외벽, 간판이 파손되거나 실내 집기류가 진동으로 쓰러져 있는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가게의 유리창이 깨지거나 아파트 및 주택의 화분이 깨졌고, 일시적으로 와이파이와 인터넷이 끊기는 곳도 있었다.

스마트폰 메신저 서버가 먹통이 되거나 급증한 휴대전화 사용량에 통신이 잠시 멈추기도 했다.

포항에 있던 일부 시민들은 겁에 질린 채 무작정 타 지역으로 피난을 떠나기도 했고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차량 내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또, 지진이 발생한 2017년 11월 15일 하루 동안 전국 소방서에는 3000여 건의 신고전화가 몰려 업무가 마비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2월 발생한 규모 4.6 여진은 많은 시민들이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도록 만들었다.

더 큰 지진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채 포항을 떠나려는 사람들도 생겼다.

또, 계속되는 여진 탓에 사람들은 작은 소리에도 놀라고 수면장애와 식욕저하 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본진 이후 현재까지 100차례의 규모 2.0 이상의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 본진 발생 당일 규모 2.0 미만의 지진까지 합산된 모든 여진은 149건으로 11월 한 달 동안 총 429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쉴새 없이 지진에 시달렸다.

이 지진으로 인해 1000명이 넘는 이재민과 수천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국민재난안전포탈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1.15 포항 지진으로 인명피해는 부상 62명, 이재민은 611세대 1219명이 발생했다.

공공시설피해는 532곳에서 557억여원의 피해액이 집계됐고, 사유시설의 경우 피해 물량 426만61건, 피해액은 1087억여원에 달했다.

포항시가 조사한 결과, 시설 피해 5만5095건 등 포항지진으로 인한 직·간접 피해액은 332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41.8%가 공포와 트라우마 등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하지만 본진 이후 16개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포항 시민들은 지진의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는 등 ‘현재진행형’이다.

이 모(53·여)씨는 “집에서 그릇이 부딪히거나 창문이 떨리는 소리만 들어도 놀라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다”며 “별다른 문제 없이 생활하다가도 어느 순간 극도의 불안상태에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 모(33)씨는 “가족 등 주변인들의 만류에 결국 지난해 다른 지역으로 직장을 옮겼다”면서 “가끔 지진 발생 문자를 받고 요란하게 울리는 휴대폰을 볼 때마다 그 날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지진 발생의 원인이 곧 밝혀질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포항시민과 정부는 물론, 국내외 전문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조사연구단은 지난 1년간 조사해온 ‘포항지진과 포항지열발전의 연관성 분석 연구 결과’를 오는 20일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