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상·트로피 등 유품 공개…엄앵란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영화진흥원에서 열린 한국 영화계를 대표했던 고 신성일 기획전시 행사에서 가족과 영화인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했던 고 신성일 선생의 인생사를 조명하는 ‘청춘 신성일 전설이 되다’ 기획전이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개최됐다.

지난해 11월 작고한 신성일의 청춘 시절을 조명하는 이번 기획전시는 1960년대 출연한 청춘 영화 등을 통해 그가 어떻게 영원한 청춘의 아이콘이 됐는지를 조명한다.

또, 신성일의 일생과 한국영화사에 남긴 전설적인 기록을 사진, 영상, 트로피 등 유품, 통계 등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도록 꾸몄다.

특히, 은막의 황금 콤비로 불렸던 신성일·엄앵란의 1964년 ‘세기의 결혼식’ 관련 이미지와 영상을 비롯해 신성일 소장 결혼 앨범도 최초로 공개한다.

이날 개막식 언론 인터뷰에서 영원한 파트너인 엄앵란 씨는 “작고한 신성일은 (정말) 놀라운 남자”라고 고백하며 “우리 남편이 그렇게 유명한 줄은 알았지만 사진 전시까지 할 줄은 몰랐고 이런 대단한 곳에서 행사를 한다는 건 정말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고(故) 신성일 사망 후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온 엄 씨는 이날 취재진을 향해 “이제는 모든 걸 다 말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물어보시라”고 위트 섞인 말을 건네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엄 씨는 슬픈 모습을 대중에 보이고 싶지 않아 남편의 사망 후 집에만 있었다고 밝히면서 “저녁 노을만 보면 (신성일)이 양반 생각에 소리 없는 눈물이 나도 모르게 주르륵 흐르더라”고 고백했다. 그녀는 또, “생전 남편과 했던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단연 ‘맨발의 청춘’”이라며 이어 그는 “기억에 남는 작품이 너무 많아서 다 못 외우겠다”고 찬란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영화 공부하는 학생들을 모두 데려와 관람을 시키고 싶다. 신성일·엄앵란을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너희들도 열심히 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성일은 1960년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 이래 50여 년 간 514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한국영화 사상 가장 길게 톱스타 지위를 누린 배우였다.

이번 전시는 은막의 황금 콤비로 불렸던 신성일·엄앵란의 결혼 앨범 공개를 비롯해 개봉 당시 서울 관객 25만 명을 동원하며 청춘 영화 결정판으로 불린 ‘맨발의 청춘’(김기덕·1964) 속 서두수(신성일)의 방도 재현했다. 신성일은 이 영화 속에서 청바지와 가죽점퍼, 반항적인 눈빛으로 캐릭터의 상징이 됐다.

1963년에서 1968년까지 신성일이 출연한 주요 청춘 영화 포스터 35점도 전시된다. 문희, 윤정희, 남정임의 ‘여배우 트로이카’와 신성일이 동반 출연한 작품도 사진과 영상으로 만난다.

‘패션의 아이콘’으로도 불린 신성일이 ‘맨발의 청춘’에서 입은 흰 가죽 재킷과 청바지, 엄앵란이 입은 더블 단추 코트도 복원 제작돼 공개된다.

이날 개막행사에는 가족들을 비롯해 한국영화감독협회·배우협회 회장단, 영화인 총연합회 회장단, 촬영감독협회, 평론가, 영화배우 안성기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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