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기다리다

 그림자 길어진 날은

 땅에서 한 줄 시를 뽑아 올리고

 그댈 그리다가 메아리 야위어 간 날은

 하늘에다 한 떨기 별을 심었지

 바람도 없이 능소화 뚝뚝 떨어져

 서러움 사무쳐 가슴 아린 날

 배롱나무 꽃 그늘아래

 풀잎처럼 젖으면 붉어지는 눈자위

 아득히 높던 아미(蛾眉)

 댕기머리 그 님, 생각이 난다

 이제는 머언 전설이 된

 내 젊은 날의 성채(城砦)여!

 

 * 이 詩의 몇 구절은 妙音 안남숙화백의 글에서 따옴

<감상> 잊혀지지 않는 젊은 날의 사랑의 형상, 어찌 잊혀지리요만, 그래서 시가 되고 그래서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리라. 꽃은 열매를 맺어야 미련이 없겠지만 사랑은 멀리 있거나 멀어질수록 더욱 절실하게 당겨지는 것 아닐까 몰라. (서지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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