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에서 4할 이상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백인천이 유일하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MBC청룡(현 LG트윈스의 전신)의 감독 겸 선수로 72경기에 출장, 250타수 103안타로 4할1푼2리의 대기록을 남겼다.

4할 이상 타율은 70년 이상 프로야구 역사를 가진 일본에서도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150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도 1941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테드 윌리엄스가 4할6리의 기록을 세운 것이 4할타자의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 4할 타율은 다시 나타나지 않고 있다. 테드 윌리엄스는 스프링캠프 훈련 때 오른쪽 발목을 다쳤다. 왼쪽 타자였던 그는 부상 탓에 몸 균형을 제대로 잡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몸 중심을 왼쪽에 두자 오히려 타격감이 좋아졌던 것이다.

4할타자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러 분석이 있다. '투수가 던지는 공이 잘 안 보이는 야간경기가 많아졌다.', '투수가 더 전문화됐다.'는 등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수층이 두꺼워지고 연간 경기횟수가 많아져 4할 확률이 낮아졌다는 것. 프로야구 원년엔 투수와 타자 모두 선수층이 얇았고 경기수도 지금의 130경기가 넘는 것에 비해 80경기에 불과했다. 1982년 당시 백인천 같은 기량의 선수를 올 리그에 투입한다 해도 4할 타자가 될 확률은 거의 없다. 1년 리그에서 30경기 전후를 소화한 5월초에는 4할타자들이 간혹 있으나 경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줄어들어 6월이 지나면서 3할대로 낮아지고, 리그가 끝날 무렵이 되면 3할5푼 근처의 타율로 수위타자가 되는 것이 정석처럼 되어있다.

올 미 프로야구에서 출루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추신수가 4할타자에 대한 기대를 키워주고 있다.

매 경기마다 한 번도 안 거르고 출루, 타율도 4할에 육박하는 '0.392'까지 기록해 그 기대를 더욱 부풀게 한다. 몸쪽 공포에서 벗어난 추신수는 몸쪽 공에 대한 적극적인 승부로 출루율과 타율을 높이고 있다. 더욱이 올 시즌 시작 이후 10차례 '몸 맞는 공(死球)'으로 1루를 밟아 그의 '육탄투혼'이 더욱 빛을 발했다. '출루머신', '투트레인'이 올해 '4할타자 금자탑'을 세우기를 기원한다. 추신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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