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연구회' 출항 지연에 與원내사령탑도 소극적

정치권의 오랜 숙제인 개헌 논의가 국회에서 동력을 잃어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논의 기구 출범이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는데다, 집권여당의 새 원내사령탑에 개헌에 소극적인 최경환 원내대표가 선출됨에 따라 모처럼 물 위로 떠오른 개헌론이 다시 가라앉을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9대 국회 차원의 본격적인 개헌론은 지난달 12일 여야 '6인 협의체'에서 공식 논의기구를 설치키로 합의하면서 공론화 수순을 밟는 듯했다.

여야는 지난 7일 국회의장 산하에 자문기구 형태의 '헌법개정연구회'를 구성키로 하고, 특히 역대 기구와는 달리 현역의원까지 위원으로 참여토록 했다. 여야는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전체 30명 규모인 이 위원회에 여야 동수로 의원 20명을 포함시키기로 하고 추천을 완료했다.

이미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에 100명 이상의 의원들이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법권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주도하게 되면 개헌론은 곧바로 점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출항 예정일(15일)을 넘긴 19일 현재도 '개헌연구회'는 닻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최종 임명권자인 강창희 국회의장이 국회 규정과 절차 미흡을 이유로 꿈쩍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국회의장 자문기구 설치운영 규정'은 위원 자격을 국회 공무원과 외부인사로 제한하고 있는데, 국회의원을 포함시키려면 이 규정부터 개정한 후에 연구회 설치 및 인선 절차에 착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야가 국회의장 산하에 기구를 설치키로 합의하면서도 사전에 자신과 아무런 협의도 거치지 않은 데 대해 강 의장은 불쾌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장 직속 자문기구를 두는데 의장과 상의도 없이 진행하는 게 맞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의장이 먼저 규정을 마련하고 위원회 구성과 운영, 예산 배정 등 종합적인 계획을 세운 후에 여야 원내대표와 협의하는 순서로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강 의장 측이 '주도권'을 쥐고 개헌연구회 구성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강 의장은 특히 국회의원 참여 여부까지 포함해 연구회 문제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연구회 출범은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강 의장은 지난 15일 각각 선출된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신임 원내대표에게 조만간 이 같은 뜻을 전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 더해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인 최 원내대표가 개헌에 적극적이지 않아 사실상 개헌론이 탄력을 받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집권 1년차부터 '개헌 블랙홀'이 부상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 새 정부 국정 운영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어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최 원내대표가 깃발을 들 가능성은 없다는 분석에서다.

앞서 최 원내대표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여야의 전임 원내대표간 합의에 따라 개헌연구회 설립이 추진되고 있으나 다소간 이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단 파악해 보고 적절히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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