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태일 편집위원

베이브 루스는 미국야구의 전설이다. 미국인의 영원한 우상이다. 그가 사용했던 야구방망이가 2004년 경매에서 126만 5천 달러에 팔렸다. 그 방망이로 714개의 홈런을 쳤다. 그의 명성을 짐작할 만하다.

그 역시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탈리아 이민인 선술집 주정뱅이 아들로 태어나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에 의해 보육원에 맡겨졌다. 어릴 때부터 입담배를 질겅거리던 문제아였다. 그의 망나니 같은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평생의 은인인 신부가 야구를 가르쳤다고 한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왼손잡이 투수로 야구를 시작하면서 메이저 리그의 전설이 되었다. 원래이름은 조지 허먼 루스였지만 베이브(어린아이)란 애칭으로 불리게 된다. 그만큼 아이들을 좋아했고 병든 소년을 위해 예고홈런을 쳐서 더욱 유명해졌다.

야구선수는 명품에 속한다. 때를 만나지 못하면 헌신짝처럼 버려지기도 한다. 당시 보스턴은 루스의 자질을 과소평가하여 1920년 12만 달러라는 헐값에 뉴욕 양키스에 팔았다. 이후 루스는 물 만난 고기처럼 한 시즌 60개의 홈런을 때리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뉴욕 양키스도 이런 루스의 홈런으로 26회에 걸친 우승을 하면서 미국야구의 최고명문이 되었다. 그러나 루스를 헐값에 팔아넘긴 보스턴은 그 후 86년 동안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비운을 맞는다. 이것을 미국 야구계는 '루스(밤비노)의 저주'로 불렀다.

결국 야구도 사람이다. 명품을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고 과감히 스카우트하는 용단이 따라야 한다. 루스의 사례가 귀감이다.

미국야구의 새로운 명품으로 떠오르는 괴물이 바로 류현진이다. LA다저스가 6200만 달러로 류현진을 사들이자 미국 야구계는 일제히 찬물을 끼얹었다. 몸값이 너무 비싸며 한마디로 바보짓이란 타박이었다.

지난 29일 강타선을 자랑하는 LA 에인절스를 3 : 0으로 완봉승한 류현진을 놓고 미국 야구계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류현진의 몸값이 '바겐세일'이라며 흥분을 했다. 이른바 퍼펙트 완봉승을 미국 메이저리그에 이름을 올린지 두 달 만에 새카만 신인 류현진이 이룬 것이다.

베이브 루스처럼 류현진도 왼손투수이고 투수로는 보기 드물게 장타력을 가진 선수다. 한국야구계의 약체였던 한화에서 잔뼈가 굵었던 그는 고군분투를 했다. 타격이 받쳐주지 않았고 수비진, 볼펜진도 형편없이 나빴다. 홀로 분투하는 그를 '소년가장'이란 별명을 붙었다. 그러나 그것은 약이 되었다. 미국야구계의 거목으로 태어나는 밑거름이었다.

그는 데뷔 두 달 만에 6승 2패의 전적으로 다저스 구단의 최고투수가 되었다. 그는 끝없이 진화하면서 미국 메이저리그를 정복하고 있다.

그의 스승인 한화 감독 김인식은 그를 바보로 불렀다. 일부러 독한 말로 그를 채찍질했을 것이고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메이저리그의 중계해설자도 류현진을 '버드나무로 묘사했다. 그는 이름처럼 부드럽게 던진다. 구부러지고 휘어지지만 꺾이지 않는 기상이 있다'고 극찬했다. 바보와 괴물은 야누스의 얼굴인지 모른다. 베이브 루스와 류현진이 닮은 점이다. 미국야구계가 그를 베이브 루스가 아니라 베이브'류'로 극찬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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