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부부가 하버드대학을 찾아왔다. 부인은 빛바랜 옷을 입고 있었고, 남편은 싸구려 양복을 입고 있었다. 총장실 비서는 옷차림을 봐서 공적인 일로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라 판단, 총장이 바쁘다면서 총장 면회를 거절했다. "상관없습니다.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요" 시간이 한참 흘렀으나 부부는 돌아갈 기색이 보이지 않고 그대로 계속 앉아 있었다. 비서는 할 수 없이 총장에게 두 사람의 방문을 알렸다. "어떻게 오셨는지요" 총장은 마지못해 면담에 응했다. "저희 아들이 일 년 간 이 대학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희 부부는 아들을 위해 이 학교에 기념물을 남기고 싶습니다" 총장은 감동은커녕 비웃는 듯 대답했다. "이 학교를 다니다 죽은 모든 학생을 위해 동상을 세울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학교가 아니라 공동묘지가 될 테니까요" "아닙니다. 동상을 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지어드리려는 것입니다" 총장은 부부의 옷차림을 다시 훑어보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대답했다. "건물 하나를 짓는데 얼마나 드는 지나 아시고 하는 말입니까. 최소한 750만 달러가 있어야 됩니다" "건물 하나 짓는데 겨우 750만 달러 밖에 안 든다고 하니 차라리 우리 아들을 기념하는 대학을 하나 만듭시다" 부인의 말에 남편이 고개를 끄덕였다. 캘리포니아의 명문대학 스탠퍼드는 겉모습 때문에 멸시 당한 스탠퍼드 부부에 의해 탄생된 것이다.

"외모가 추하더라도 내면과 사상, 처세법이 훌륭하면 군자라 할 수 있고, 외모가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내면과 사상, 처세법이 악하면 소인임을 숨길 수 없다"면서 순자는 절대로 외모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군자는 사실을 더 중시하며 외형은 경시한다. 사물의 본질을 중시하며 겉치장을 싫어한다"고 한 한비자는 사람을 잘 쓰느냐 아니냐가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고 했다. 덧붙여 이 이치는 지도자에게 만고불변의 진리임을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윤창중 사건과 관련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 모른다는 말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고 했다. 하지만 속마음까지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훌륭한 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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