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우리 미국이 '에설론(ECHELON)'이라는 비밀도청시스템을 이용, 일반인들의 통화까지 일괄적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미국이 세계 최고의 첨단 기술 국가라 하지만 전 세계를 도청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우리는 테러리스트와의 전쟁만으로도 벅찹니다. 제발 그렇게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우리를 괴롭히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2001년 9월 유럽의회가 "미국이 에설론이라는 도청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전 세계를 상대로 도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자 미 정부가 즉각 반박문을 발표했던 것이다.

'에설론'은 군대의 사다리편제를 뜻하는 군사용어다. 냉전시대 초기 공산권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창설된 국제정보감시망으로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주관하고 있다. NSA는 미 국방부 산하의 비밀첩보기관으로 미국의 전자정부 첩보활동 기능을 맡고 있다. 워싱턴과 볼티모어 중간지역인 메릴랜드주의 포트미드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예산과 인원은 국가 기밀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알려진 바로는 3만8천명의 인원이 수조원의 연 예산을 쓰고 6천평의 지하에 설치된 슈퍼컴퓨터를 운영하고 있다. FBI나 CIA와는 별개의 조직으로 미육군안정국 및 해군 공군 의 통신정보기구에 대한 감독권도 갖고 있다. 위성이나 자체 설치 도청시스템으로부터 들어오는 전화, 펙스, 이메일, 휴대전화 등 모든 통신내용을 슈퍼컴퓨터를 통해 분석,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문제까지 개입, 노골적으로 미국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도 한다.

NSA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상대, 국가기관이나 개인을 가리지 않고 도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 CIA요원인 스노든이 폭로, 외교문제로 까지 비화하면서 미국이 궁지에 몰렸다. 더욱이 한국과 일본 등 38개국 대사관도 도청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도청스캔들'은 전 세계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위원장이 "NSA는 일반인의 통화는 물론 어떠한 전화 통화도 도청할 수 있으며 심지어 내 전화까지도 들을 수 있다"며 NSA의 전방위 도청을 시인한 적이 있다. 세계는 오웰의 '1984년' 빅 브라더 올가미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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