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8분의 7의 백인 피와 8분의 1의 흑인 피가 섞여 있는 피부색이 하얀 혼혈인 플레시가 백인열차 칸에 있다가 유색인종 열차 칸으로 가라는 차장의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1심에서 플레시에게 유죄 판결이 났다. 플레시는 열차 칸의 인종분리는 미국 수정헌법 13조와 14조에 위배된다며 즉각 항소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분리하되 평등한' 시설이라면 인종을 분리해도 평등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희한한 결론을 냈다. 열차 칸을 구분하고 있던 루이지에나 주법을 합헌이라 판시한 것이다.

1951년 미국 캔자스 주 토피카에서는 8세 흑인 소녀 린다 브라운 사건이 일어난다. 브라운은 집에서 가까운 학교를 두고 2㎞나 떨어진 흑인들만 다니는 학교를 매일 걸어서 가야 했다. 가까운 학교는 백인 전용이었다. 린다 아버지 올리브 브라운은 학교장에게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전학을 신청했다. 그러나 교장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브라운은 토피카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결국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다. 1954년 5월17일, 대법원은 "공립학교에서의 인종분리는 '어떠한 주도 그 관할 내에 있는 주민에 대해 법의 평등한 보호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수정헌법 제14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전원일치로 판시했다. 이처럼 미국에서의 흑백분리 정책은 1896년 '플레시 사건'이후 58년만인 1954년에야 겨우 법적으로 위헌 판결이 나온다.

미국의 흑백 인종갈등은 흑인 대통령이 나온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백인 자경단 조지 지머먼이 후드티를 입은 17세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총으로 트레이번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나온 평결에서 지머먼의 살인죄에 대해 무죄 평결이 났다. 평결에 참여한 배심원 6명은 히스패닉계 1명을 비롯, 모두 백인이었다. 이를 두고 흑인 사회가 '인종차별을 중단하라'며 들끓고 있다. 성난 흑인 시위대가 휴스턴 시의회를 점령하고, LA와 오클랜드에서는 상점을 약탈하기도 했다는 소식이다. 1992년 백인 교통경찰이 흑인을 구타해 일어난 '로드니킹 사건'으로 촉발된 LA폭동에서 우리 교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는데, 이번에도 피해를 입지 않을 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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