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벗기려 들지 마세요

 장식이 많지 않아요

 

 겉껍질 한 겹 벗으면 바로 속살

 수줍게 드러나는 내 부끄럼

 

 이것뿐일 리가 없다고

 자꾸만 칼날을 세우는 당신

 

 매운 눈물 한 방울

 내 전부를 내놓습니다

 

 더 이상은 벗기려 하지 마세요

<감상> 양파의 겉껍질을 벗기면 그 속을 감싸고 있는 것은 단순한 속살들끼리의 엉켜있음밖엔 없다. '매운 눈물 한 방울' 쏟아내는 자극적인 냄새가 양파가 지니고 있는 전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시인은 인간의 칼날에 의해 무참히 난도질 당하는, 어쩌면 강자에 의해 약자가 맹목적으로 당하는 처절한 상황을 양파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냥 당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그의 무기는 바로 그 자극적인 냄새로…. (서지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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