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여성의 몸을 빌려 생명을 이어가고 역사와 문화를 창조했다. 임신과 출산은 참으로 경이롭고 숭고한 일이다. 우리 선조들은 훌륭한 인재를 얻기 위해 잉태에서 출산과정에 이르기까지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태교(胎敎)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태교는 태중교육(胎中敎育)의 준말이다. 아기가 태중에 있을 때부터 교육한다는 뜻이다. 태교는 임신 중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태아를 건강하게 성장하게 하는 몸가짐과 환경 조성이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도 태교 비법이 있었다. 요즘도 흔히 태교음악이 있지만 조선 왕실에서도 음악을 비롯한 예술 행위를 활용한 태교가 있었다. 왕실 임산부의 처소는 정숙해야하며 궁중악사를 불러 가야금과 거문고를 연주하게 했다. 산모가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마음가짐을 편안하고 바르게 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피리는 불어서는 안 되는데 피리소리가 임산부의 감정을 격하게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임신 5개월째부터는 낮에는 당직내시, 밤에는 상궁과 나인 등을 시켜 천자문이나 동몽선습, 명심보감 등을 낭독하게 했다. 수양대군의 큰며느리이자 성종의 생모인 인수대비 한씨가 쓴 '내훈'에는 "밤에 소경을 시켜 시를 외우게 하고, 교훈적인 내용들을 말하게 해 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는 서양과 달리 아기가 태어나면 바로 한 살이 되는데 이미 엄마의 뱃속에서 성장과 교육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최근 핀란드 연구팀이 배 속의 태아가 엄마가 하는 말을 듣고 느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임신 29주 전후 산모 33명에게 특별한 음절의 소리를 들려주었는데 출산 후 5일 째 되는 날 모든 신생아들이 같은 단어에 대해 강렬한 뇌 반응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는 태아도 신생아와 마찬가지로 언어를 학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태아 때 더 많은 말을 들려주면 태어난 뒤 말을 배울 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라는 분석이다. 핀란드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태아 때 이미 교육이 가능한 것을 알고 태교를 해 왔다. 이번 핀란드 연구팀의 연구 결과로 태교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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