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작품으로 독주회 열어…"음악이 이끄는 대로 따를 뿐"

--이번 '탐구 대상'은 슈베르트인데 특별히 선택한 이유가 있나.

△슈베르트는 청춘의 이미지와 참 잘 어울린다. 나 역시도 20-30대 젊은 시절에 슈베르트를 많이 연주했는데, 한동안 다른 작품들에 집중하느라 들여다보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다시 슈베르트 작품들이 가깝게 느껴진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음악이 날 끄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수십 년 동안 피아노 독주회 프로그램을 많이 짜봤지만 이번이 가장 아름다운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다. 오랫동안 베토벤, 브람스, 프로코피예프처럼 규모가 크고 드라마틱한 작품을 하다가 순수하고 깨끗한, 순진하고 맑은 슈베르트를 연주하니 정말 좋다.

--이번 프로그램은 슈베르트 작품 가운데서도 소나타가 아닌 '즉흥곡'이나 '악흥의 순간' 등으로 구성돼 있던데.

△슈베르트를 떠올리면 아무래도 가곡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슈베르트 음악의 본질은 노래다. 그래서 피아노로 어떻게 노래 부를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일정한 형식을 따른 소나타가 아닌, 피아노 안에 노래와 시가 담긴 작품들을 고른 이유다. 난 이번 피아노 독주회가 꼭 '리더아벤트(Liederabend·가곡의 밤)'처럼 느껴진다. 이번 독주회 프로그램은 슈베르트의 '4개의 즉흥곡 D.899', '음악적 순간 D.780' 중 2·4·6번, '3개의 피아노 소곡 D.946'으로 구성된다. 백건우는 가장 아름다운 흐름으로 슈베르트를 전하고자 작품들의 순서를 재배열해 연주할 예정이다.

--청년 시절에 연주했던 슈베르트와 67세에 연주하는 슈베르트는 어떻게 다른지.

△음악의 성숙은 설명하거나 풀이하기가 쉽지 않다. 왜 누군가의 소리 속에는 무게와 깊이가 있는데, 왜 같은 곡을 연주하는 누군가의 소리에는 내용이 없는지 젊은 시절 참 많이 궁금해했고, 그 비결을 터득하고 싶어했다. 지금 와서 보면 성숙한 소리라는 것은 어떤 음악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고, 살아내야만 터득할 수 있는 종류인 것 같다.

--연주를 위해 늘 한 작곡가, 한 시리즈에 완전히 빠져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내가 작곡가의 내면과 완전히 맞닿아 있구나' 하는 순간이 있나.

△어떤 작곡가의 세계가 어느 순간 딱 열리는 건 아니다. 아주 조금씩 사소한 부분들이 합쳐지고 또 합쳐져서 전체적인 그림이 나오는 거다. 그 과정 중에도 수시로 다시 어두워지고, 다시 빛이 비치기도 한다. 음악은 정말로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도 매일 여섯 시간씩 연습한다고 들었다. 40년 동안 지치지 않고 '탐구 생활'을 하는 그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열정을 끝까지 간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오직 음악에만 삶을 바친다고 생각하면 또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 듯하다. 그리고 내 삶을 바치는 만큼 음악이 내게 주는 것이 훨씬 많다.

--피아노 연습 이외 시간에는 무슨 일을 하고 지내나.

△예전에는 이것저것 관심사도 많았는데, 나이가 들다 보니 예전 같지 않다.(웃음) 사진 찍는 걸 여전히 즐기고 산책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정도다. 시간이 갈수록 음악이 내게 요구하는 게 점점 더 많아진다. 음악에 쏟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독주회 이후 탐험 예정 중인 작곡가나 레퍼토리가 있는지.

△아무도 모르지 않겠나.(웃음) 나도 모른다. 한 작곡가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이미지가 될 수도 있겠지. 음악을 내가 좌우할 순 없다. 음악이 날 이끄는 대로 따를 뿐이다.

관람료 1~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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