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11월 3일 프랑스 주간지 '파리 마치'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혼외 딸'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그래서 어떻다는 말이냐?"고 했고, 르 피가로지는 한 발 더 나아가 '하수구 저널리즘'이라 비난했다. 공직자 사생활은 '공직 업무에 지장이 없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공(公)·사(私)적 영역을 구분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다른 반응이다. 1998년 백악관을 정사(情事) 장소로 이용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스캔들 조사 보고서 전문을 당시 수사를 맡았던 케네스 스타 검사가 인터넷에 공개했다. 미국 전체 성인인구의 12%인 2천만명이 클린턴과 백악관 인턴사원 모니카 르윈스키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세세한 보고서를 읽었다. 이후 클린턴은 부적절 관계를 시인하고, 탄핵 위기까지 몰렸다.

또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 2010년 유부남인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이 예술 컨설턴트인 매킨타이어와의 불륜으로 딸을 낳았다는 사실을 처음 보도해 사생활 침해 소송에 휘말렸다. 매킨타이어는 친부에 대한 보도가 사생활 침해를 넘어 딸의 장래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유권자들이 런던 시장이 혼외정사로 딸을 낳은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며 데일리메일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보수당 차기 지도자로 꼽히던 존슨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5년 4월 한 방송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공직자 사생활 보도의 한계와 방송의 선정주의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사생활이라고 해도 그 대상이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보도 대상이 된다는 주장이 있었다. 반대로 법률 위반이라면 몰라도 시청률을 의식해 정치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를 지나치게 부각시킨 보도는 옳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다.

정치인의 사생활 보도에 대한 태도는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고 경우에 따라 다르다. 채동욱 검찰 총장이 혼외 자식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있다. 불륜(不倫)이란 '윤리에 반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의 총수와 관련한 문제라면 사생활이라 해도 당연히 보도 대상이고 흑백을 가려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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