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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신부님을 위한 기도

질긴 외로움 작품으로 승화, 주옥같은 세상이야기에 감동, 행복전하는 신부님 건강하길

김인규 수필가 등록일 2013년10월15일 21시04분  
김인규 수필가

독서의 계절이다.

책읽기에 매달리는 이유는 지식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갈증과 타인들의 삶에서 얻어지는 유식함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일깨다.

신부 은퇴후 자명리에서 사진과 에세이 작품활동을 하신다는 정순재님. 나는 그분과 일면식도 없다. 그분의 여러 권의 책을 읽고 깊은 감동으로 내 삶의 마무리가 그분처럼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그분을 나의 멘토로 생각을 키워간다.

80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끝임없는 창작활동으로 주옥같은 세상이야기를 들려주는 열정, 광범위한 독서량으로 해박한 문장들을 인용하여 해설하는 능력, 종교적 사랑으로 소외계층을 바라보려는 편안함 등이 한번도 만나뵌 적이 없었지만 친근한 이웃 할아버지같은 존경을 부른다.

일전에 중고서점에서 만난 그분의 2008년도 저서 "어져 내일이야 임두고 갈듸 업셔라" 권두언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시계는 죽어도 시간은 가고요 사람과 사람, 쇠똥구리와 풍뎅이, 하느님과 사람과의 씨름 솜씨란 퍼덕거리고 거꾸러지면서도 샅바를 놓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지고도 돌아서서 이긴 거라고 뽑냅니다. 그래도 맞싸울 수 있는 힘만 남아 있다면 허벅지에 다리를 걸고 일어섭니다. --- 중략 ---

여기 사진과 글을 나의 못다한 이야기로 엮어 바람과 구름에 띄워 보낸다 라고 썼다. 경향 각지에 적잖은 글펜들이 그분의 글과 사진에 열광하는 이유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세상을 순하게 바라보려는 이유로 끝없이 나를 내려놓으려는 의지가 책의 구석구석에 배어있다. 나도 젊은날 넘치는 객기를 다스릴 목적으로 성당에 출입한 적이 있었다.

신부와 수녀님들의 금욕적 검소함에 고개 숙여 경배한 적이 있었다. 어느날 새로 부임한 젊은 신부가 성당 모퉁이에 서서 담배 피우는 모습이 왜 그리도 치근하게 느껴지는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눈에 선하다. 많은 외로움에 익숙해야 견디어낼 수 있는 신부길이기에 은퇴한 노 신부님의 질긴 외로움들이 작품으로 승화해 읽는 이들로 하여금 진한 감동을 부른다.

책에 대한 욕심에서 만나게 된 신부님의 서책속에서 남은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가를 설정할 수 있었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정박아나 가난하게 늙고 병이든 거리의 부랑인들의 지친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 우리의 심금을 저리게 하는 그분의 사회 고발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어쩌면 허망함에서 천사의 얼굴을 찾으려는 그분만의 철학일런지도 모른다. 치열하게 세상과 부대끼며 인생을 그려 왔지만, 남은 것은 늙음 뿐이다.

분발하여 더 열심히 읽고 사랑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지 덧없는 허망함으로 남지 않는다.

정순재 신부님에게 하느님의 가호가 충만하여 주옥같은 좋은 작품을 많이 남겨 주었으면 하고,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세상의 인심을 살찌울 줄 아는 그분의 건강이 그를 읽는 모든 이들의 행복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멘토여,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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