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발생위험도 비흡연자의 7배, 연간 진료비 1조7천억원 달해, 청소년 금연교육 등 대책 시급

이동열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본부 자격부과부장

콜럼부스에 의해 중남미의 담배가 처음으로 유럽에 소개된 시기가 15세기말이 아니라 최근인 21세기라면 담배는 대마초처럼 마약으로 분류돼 규제됐을 것이다. 그만큼 담배의 폐해·중독성을 지적한 말이다. 사실 담배의 폐해가 알려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어서, 이와 관련해 외국에서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다소 미흡한 실정이다.

그런데, 지난 8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세미나에서 공단 정책연구원과 연세대 보건대학원이 공동으로 연구한 '흡연의 건강영향과 의료비 부담'에 대한 연구결과 발표가 있었다. 이 연구는 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한국인 130만명을 19년 동안 추적 관찰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역학연구로, 흡연이 개인의 건강에 끼치는 영향, 그리고 건강보험 진료비에 차지하는 비중 등을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내고 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흡연자는 각종 암 발생 위험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최소 3배에서 최대 7배 정도까지 높고, 흡연으로 인해 발생되는 진료비 ('11년 기준)가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3.7%에 해당하는 1조 7천억원에 달한다. 또한, 흡연이 질병 발생에 영향을 주는 기여위험도 순위는 폐암, 심장병, 방광암, 뇌졸중 순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결과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흡연으로 인한 폐해를 과학적·실증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연구결과 발표 이후, 언론기관을 포함한 여러 기관단체에서 국민의 건강과 보험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이 담배제조사에 소송을 포함한 다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의견의 근거는 손실에 대한 책임은 원인 요인에 부담시킨다는'원인자 부담 원칙'인데,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진료비와 각종 사회경제적 손실의 책임은 흡연자와 담배제조사 모두에게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담배 1갑당 354원을 담배부담금으로 부과하고 있고 이는 한해 약 1조원 정도가 된다. 그래서 담배부담금 1조여원과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1조 7천억의 차액은 보전할 필요성이 있고, 담배부담금 1조원을 흡연자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차액분 7천억원은 담배제조사에서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다.

미국에서도 담배로 인한 손실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해 1950년대부터 법적 소송이 이어지고 있고, 1998년에는 필립모리스 등 담배제조사가 2천460억 달러를 변상하기로 합의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소송만이 능사가 아니고, 흡연으로 인해 발생되는 것이 건강보험 재정악화 뿐만 아니라 그 보다 더 중요한 국민건강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이를 슬기롭게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

우선 청소년 금연교육, 대국민 금연홍보, 금연프로그램 지원 등 다양한 예방사업과 건강증진사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건강증진법을 개정해 담배제조사들로 하여금 수익금 중 일부를 건강보험재정으로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아울러 능사는 아니지만 전 국민의 소중한 건강보험료를 아끼는 차원에서 소송을 통해 담배제조사에 직접 책임을 묻는 방법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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