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의회가 대군민 사과를 한 돼지농장 사건이 흐지부지 되지 않을 지 주목된다. 검찰이 울진군 북면 돼지농장 관련예산 28억원이 군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료 군의원에게 돈을 건넨 울진군의회 A의원과 농장주인 B씨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런데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돼 "수사가 이렇게 진행돼서야"하는 군민들의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군의회 차원에서 "북면 돼지농장과 관련한 돈 봉투 사건이 발생해 군민 여러분께 실망과 함께 심려를 끼친 점 머리숙여 사과한다"면서 "사법당국의 조사결과에 따라 군의회에서 해당 의원에 대해 가능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사과문까지 발표한 것인데 수사가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경찰은 당초 특정 군 예산 상정안에 대해 담합을 목적으로 군의회 의원들을 돈으로 매수하려 한 사건을 한 점 의혹도 남지 않게 파헤칠 기세였다. 그러나 관련자들의 영장이 기각돼 사건 실체 규명은 물론,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지나 않을 지 우려하고 있다. 경찰이 40여일간 수사를 벌였지만 돈을 건네 받았다는 참고인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벌여 수사의 진척이 없었다니 말이다. 결국 경찰은 검찰로부터 1차례 보강수사를 지휘받아 B씨의 집을 압수 수색, A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메모지 1장을 발견한 것이 사건의 유일한 증거에 불과하다고 알려졌다. 이런 소극적인 수사가 어디 있나. 경찰의 수사력이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어떻게 부정부패가 척결되겠는가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이 같은 사정으로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대구지검 영덕지청 쪽으로 군민들의 눈길이 쏠렸다. 그런데 검찰이 B씨와 A의원을 구속한 뒤 집중적으로 압박해 사건의 실체와 윗선 로비 등을 밝힐 계획이었지만 영장이 기각된 것이다. 군민이 느끼는 수사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대다수의 군민들은 불구속 상태로 기소할 경우 사실상 기존 진술을 뒤집을 만한 증거확보가 어려워 사건 실체의 명확한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처벌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사건이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처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원 돈 봉투 사건이 지지부진하게 끝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역 민심은 사법당국에 적잖이 실망하고 있다.

로비를 통해 수십억원의 군 예산을 타 내려한 행위는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 영장 기각 사유로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기 때문이라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법원의 판단이 너무 관대한 것으로 보인다. 울진군의회 일부 의원의 경우 지방세 체납 등 군의회가 군민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법당국은 적극적 수사 의지로 불법을 저지른 의원과 농장주에 대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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