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사고와 시각으로 사건의 핵심 정확히 전달, 인간다움 사라지는 현실, 아날로그 감성으로 살려

마지막 통화는 모두가 "사랑해…"였다도서출판 행복에너지 / 정기환 지음

하루에도 수천, 수만의 글이 각종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현실 속에 진심과 진실을 담은 글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지만 책 '마지막 통화는 모두가 "사랑해…"였다'는 솔직하고 담백하다. 또한 감동적이다.

30년 기자 생활을 오직 '현장'에서 보낸 베테랑 기자의 글과 삶이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거짓이 난무하는 시대에 세상을 담담히 바라보는 한 언론인은 차갑고도 따스한 눈빛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그러나 잊혀져 가는 사건들을 되새긴다.

1부 '현장에서'는 '익명의 섬 백령도', '꽝~꽝! 연평도가 공격당했다', '농민들이 화났다' 등을 담았다.

2부 '노트북을 열며'는 '박정희와 사방기념공원' '이명박과 송영길' 등 기자의 눈으로 본 세상을, 3부 '사람, 사람들'은 동부민요 명창 박수관을 비롯해 스페인 국민훈장 받은 '참치잡이 왕' 권영호, 50년 최 씨 고집 최수부 등 사람냄새나는 이야기를 풀어놨다.

이 외에도 4부 '화제를 찾아서' 5부 '사서함私書函에서' 등 우리 사회가 오래 간직하고 되새겨야 할 사건현장 한가운데에서 써 내린 기사는 차분한 필체를 유지하지만 행간마다 드러나는 뜨거운 호흡은 당시의 생생한 분위기를 독자의 마음에 수혈한다. 냉철한 기자이기 이전에 시대를 함께 살아간 한 인간으로서 내비치는 따스함은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역사는 글로써 기록되고 보존된다. 영상이나 사진 역시 훌륭한 사료(史料)지만 이를 설명하고 평가할 텍스트가 없다면 그 가치는 현저히 떨어진다. 그렇기에 언론인은 남다른 사명감과 태도로 직무에 임해야 한다. 그가 보도하는 각종 기사들이 후세에 역사를 평가할 중대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언론인에게 '현장은 삶의 터전임은 물론 전부'라고까지 일컫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 세상은 사건과 사람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시대라는 시간을 돌리는 커다란 시계와 다름없다. 그 모든 과정을 냉철한 사고와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조율하는 것이 언론인의 의무이다. 사람과 사건의 접점, 그 '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내며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 그가 바로 언론인이다.

포항시 흥해읍 용한리 출신으로 조선일보와 매일신문을 거쳐 중앙일보에서만 25여년 기자생활을 지낸 정기환 기자는 그러한 언론인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다. 그 어떤 놀라운 사건 앞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담담한 어조로 써 내려간 기사는 언론인을 꿈꾸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특정 이익집단의 나팔수로 전락한 일부 언론의 조악한 기사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한결같은 필치로 사건의 핵심을 정확히 독자에게 전달해 온 그의 기사는 오래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 냉철한 서사와 분석에 자칫 딱딱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이는 '단단함'으로 보는 것이 옳다. 또한 행간에서 드러나는 뜨거운 호흡은 흡사 정중동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또 하나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사람 냄새'이다. 사건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결국 닿는 곳은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고도화·첨단화된 이 시대, 인간다움이 점점 사라지는 이 현실 속에서도 그의 글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써 연결되는 인간관계가 역사를 새로이 쓰고 지탱하는 힘이다. 그래서 책 '마지막 통화는 모두가 "사랑해…"였다'는 가치가 있다. 이 시대를 관통하는 함의가, 우리 시대의 생생한 민낯이 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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