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中道)'는 원래 불교용어다. 불교사상의 사회적 실천을 강조한 베트남의 '태이(Thay 베트남어 스승)', 틱낫한 스님은 우리가 중도란 말을 잘못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도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중도는 단순히 '너와 나', '선과 악', '옳고 그름' 등 이분법적 견해 사이에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했다. 이분법적 사고와 극단적인 견해를 버리는 것이라 했다. 중도의 바른 이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키고, 진정한 '나'가 누구인지, 참된 자유가 무엇인지 발견해야 한다고 했다. 틱낫한 스님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견해들을 하나씩 버려 나가는 것을 중도라 했다. 자신의 생각이나 관념, 견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 '너와 나', '너와 꽃'이 다르지 않음을, 그리고 '꽃과 돌', '별과 연꽃'도 같은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중도는 극단적인 견해나 실천을 벗어나는 불교철학의 기본적인 입장인 것이다.

'공화(共和)'는 사기(史記)에 나오는 중국 주나라 10대 려왕의 폭정과 관련한 고사에서 비롯됐다. 주의 려왕이 간신배들을 가까이하고 폭정을 일삼자 경(卿), 대부(大夫) 등이 연합해서 반란을 일으켰다. 려왕은 도읍인 호경에서 쫓겨났다. 왕을 쫓아내고 주정공(周定公)과 소목공(召穆公)이 왕을 대신해 함께 정무를 관리했다. 두 사람이 공동으로 화합해서 정무를 보았다고 해서 이를 '공화(共和)' 혹은 '주소공화(周召共和)'라 한다. 군주제와 달리 다수의 참여와 합의로 정치가 이뤄지는 '공화제(republic)'란 말이 여기서 비롯됐다.

지난 13일 김한길 민주당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현실을 '백척간두'로 묘사하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와 이념편향적 이미지 탈피, 좌우의 극단을 경계해 '중도'층 흡수로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날인 14일에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신년 회견에서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민주주의의 기반 위에 공동선을 이루기 위한 국민통합, '공화(共和)'를 이루겠다고 했다. 두 당 대표는 서로 다른듯 똑같이 중도를 아울러 화합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러한 양 당의 입장이 단순히 6·4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일시적인 중도층 끌어안기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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