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현 에스포항병원 혈관외과 전문의 과장

58세 주부 정모씨는 오래전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때면 종아리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고 스멀거리는 느낌으로 다리를 움직이면 좀 나아지는 듯싶어 옆 사람 몸에 다리도 걸쳐도 보았다가 다리 사이에 쿠션을 끼워 보기도 하는 등 안절부절 못 하면서 혼자 잠 고문에 시달리다 잠을 설치기 일쑤였고 최근에는 자다가 쥐도 내리곤 해 벌떡 일어나 다리를 주무르기 일쑤였다.

허리나 다리 혈관등에 문제가 있나 싶어 정형외과도 가고 신경외과도 가보았으나 별 뾰족한 이상이나 치료가 없어 누웠다 앉았다하며 밤새뒤척이는 고달픈 밤을 보내고 있다.

위와 같이 앉아있거나 누우면 다리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상태를 '하지불안증후군'이라고 한다.

이는 1945년에 외국의 한 학술지에 '휴식 중에 감각증상과 사지의 불안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을 하지불안'이라고 처음 체계적으로 기술됐다.

증상이 야간에 주로 발생해 잠에 쉽게 들지 못하거나, 수면 중 잠에서 깨는 경우 다리 통증 등의 증상으로 인해 다시 잠들기 어렵다.

불면증과 주간 졸음증을 유발하며 나아가 삶의 질을 낮추고 우울증 등의 정동 장애를 유발한다.

따라서 적극적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매우 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반인은 물론, 의료인에게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질환의 특징은 1995년에 국제 하지불안증후군 연구자 그룹이 제안한 진단 기준에 잘 반영되어 있다.

요약하면, 주로 저녁 또는 야간에 발생하거나 악화되면서, 누워 있거나 가만히 있을 때 발생하는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 등이다. 이런 증상은 주로 다리에 국한되며,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불편한 감각이 흔히 동반된다.

하지불안은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비행기·극장·자동차 안에서도 힘들어진다. 다리가 저리고 옥죄는 불편함 때문에 다리를 움직이고 싶어지고 실제로 움직이면 증상이 완화된다.

또 오후나 밤, 수면 중에 더 악화돼 잠을 못 자게 하는 수면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 아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체 인구의 7~10%가 잠잘 때 불편함을 느낀다고 한다. 가족력과 유전 소인이 있고 임신·호르몬 변화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원인은 확실치 않다. 뇌의 화학물질인 도파민 부족으로 생길 수도 있고 도파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철분이 결핍돼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도파민 제제 약물이나 철분제를 먹으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제대로 진단을 못 받는 경우 단순 불면증이나 혈액순환장애에 의한 손발저림증,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등으로 오인돼 치료 효과를 못 보기도 한다.

하지 불안증후군은 주관적 증상 기술과 문진에 의해 진단이 내려지므로, 다리에 불편한 감각증상을 호소하는 다른 질환과 명확히 감별해야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을 말초신경병증, 하지 정맥부전, 임파부종, 근육통 등으로 오진하는 경우도 흔하지만, 다른 질환 특히 정좌불능증, 다리통증 및 발가락 운동증후군, 야간 다리 근육경련등을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잘못 진단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따라서 다양한 진단의 도구(하지정맥 MRI, 근전도 검사, 체열검사등)와 경험있는 각과의 전문의들의 협진을 통해 바른 진단이 내려지고 치료를 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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