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입춘(立春)에서 입하(立夏)까지로 음력 1월에서 3월까지다. 봄은 첫째 번 계절이며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다. 한해의 계획은 봄에 세운다(一年之計 在於春)는 말이 있다. 농가에서 입춘은 한 해 농사 준비를 시작하는 날이다. 옛날 궁중에선 전예문(典禮文) 담당의 제술관(製述官)에게 명해 하례시를 짓도록 했고, 그 중 빼어난 시를 뽑아 연잎이나 연꽃 무늬를 그린 종이에 옮겨 대문이나 대들보, 기둥에 붙였다. 이것을 입춘첩(立春帖) 또는 입춘방(立春榜)이라 하는데 무사태평과 풍년을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 일반 가정에서 써 붙이는 입춘방은 흔히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수여산(壽如山) 부여해(富如海) 등이었고, 악귀를 쫒는 벽사첩(壁邪帖)을 써 붙이기도 했다.

여말선초(麗末鮮初)의 삼봉 정도전은 봄을 4계절중 대표이자 4계절의 전부인 것처럼 묘사했다. 그는 "봄이란 봄의 출생이며, 여름은 봄의 성장(盛裝), 가을은 봄의 성숙(成熟), 겨울은 봄의 수장(收藏)"이라 했다. 4계절의 중심 바탕을 봄으로 본 것이다. 소식(蘇軾)은 '봄밤(春夜)'이라는 시에서 "봄밤의 한 때는 천금과 같다(춘소일각치천금 春宵一刻値千金)"고 봄을 예찬했다.

시인 양명문(楊明文)은 '봄의 축제'에서 "봄, 봄이란 말의 어감은 여성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을 머금은 말이다. 봄아지랭이 봄비 봄나비 봄나물 봄밤 봄하늘 봄바다 봄바람 봄동산 봄나들이 봄노래 봄잔치 봄놀이 봄처녀 봄맞이 등 '봄'이 붙은 말엔 봄의 향기와 더불어 새롭고 신선한 맛이 감돈다"고 했다.

오늘은 입춘(立春)이다. 장날에 장이 서듯이 봄이 선다는 날이다. 입춘은 그해 절기에 따라 일찍 들기도 하고 늦게 들기도 하는데 올해는 설 지나 나흘만에 들어서 유난히 빨리 든듯하다. 더구나 최근 며칠간 날씨도 영상 20℃를 넘나드는 따뜻한 기온을 보여서 이미 한참 봄이 온듯 한 느낌이다. 정치와 경제, 서민가계에는 아직 냉기가 가득해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지만 어김없이 계절은 돌아서 다시 봄이다. 이제 봄이 섰으니 곧 가지마다 꽃이 피고, 얼었던 개울물도 풀릴 것이다. 우리사회 곳곳에 얼어붙은 것들이 풀려서 다경(多慶)하고 대길(大吉)하기를 소망하며 입춘방을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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