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대화 통역사 필요하듯, 35만 청각장애인 입과 귀 되어 사회적 차별 받지 않도록 지원

박인기 대구청각장애인복지관장

얼마 전에 지방의 어느 법원에서 재판이 있었다. 피고도 원고도 모두 청각장애인이라 수화통역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재판에서 통역을 하기로 예정된 수화통역사가 오지 않았다. 피고 측에서는 따로 수화통역사를 대동하고 왔으나 원고 측에서 피고가 데리고 온 수화통역사의 통역은 인정 할 수 없다하여 판사가 재판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결국 판사의 직권으로 재판이 연기된 적이 있었다. 나중에 확인한 일이지만 그 재판정에서 수화통역을 하기로 한 사람이 원고도 피고도 모두 잘 아는 사람이라 이해관계가 있는 재판에 수화통역을 하기 싫었기 때문에 재판정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제한된 수화통역사로 인해 농아인만 피해를 입은 하나의 사례이다.

청각장애인과 대화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일반 언어로 말하듯이 대화하는 방법이다. 입모양을 분명하게 하고 말을 천천히 하면 귀가 들리지 않더라도 시각적인 방법으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가족이나 친구 간에는 가능한 방법이다. 두 번째는 필담이 있다. 말하는 대신 글로써 대화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청각장애인 학생을 위해 노트북으로 교수의 강의를 눈으로 보고 이해 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대학도 있다. 이들 두 가지 방법은 모두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제약이 따른다. 완전한 의사소통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수화로 대화하는 방법이다. 이는 청각언어 대신 시각언어로 대화하는 방법이다. 어릴 때부터 듣지 못하고 말을 배우지 못한 농아인들에게는 이 수화법이 최선의 의사소통 방법이다. 수화를 사용하면 말하는 속도만큼 때로는 말보다 더 빠르고 더 많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화를 사용한다. 외국인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통역자가 필요하듯이 농아인과 건청인이 대화하기 위해서는 수화통역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에서는 국가공인자격 제도를 두어 전문적인 수화통역사를 양성하고 배치하여 농아인들이 사회적으로 차별 받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농아인이 그 때 그 때 원하는 시간, 장소에서 수화통역서비스를 받기에는 수화통역사의 숫자가 너무 적다. 2014년 3월 현재 우리나라의 공인수화통역사는 1천134명이 있으며 농아인과 건청인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수화통역사를 파견하는 수화통역센터는 전국적으로 194곳이 있다, 각 센터마다 2~4명의 수화통역사가 배치되어 있으나 이들 수화통역사가 전국의 35만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수화통역을 제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서울에는 각 구청마다 수화통역사를 배치하고 구 단위로 수화통역센터를 운영하여 농아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나 지방에는 시군 단위의 행정구역별로 수화통역센터가 있을 뿐 읍면 단위의 수화통역센터는 전무하며 광역시조차 수화통역센터가 설치되어 있는 구가 있고 없는 구도 있다. 경북의 경우 23개 시군에 모두 수화통역센터가 한 개씩 설치되었으나 대구시의 경우 8개 구 중에 3개 구만 수화통역센터가 설치되어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농아인은 몸이 아파도 병원에 마음대로 못가는 실정이다.

언제 어디서나 농아인과 건청인이 대화할 수 있도록 수화통역사가 많이 양성되고 필요한 곳에 배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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