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역사 마감하는 '제일모직'

제일모직이 6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제일모직은 삼성물산, 제일제당과 더불어 삼성그룹의 모태 기업이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31일 이사회를 열어 각각 1대 0.4425의 비율로 합병하기로 했다.

이번 합병으로 제일모직이라는 법인은 사라진다. 그러나 상호는 삼성에버랜드에서 사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난해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면서 빈폴 등 상표 브랜드뿐만 아니라 제일모직이라는 상호도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은 1954년 9월 자본금 1억환을 들여 제일모직공업주식회사를 설립했으며 1975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제일모직의 대표이사로 재직했으며 1987년 별세 전까지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을 만큼 애정을 갖고 있었다.

창립 당시 임직원 49명, 연간 매출 9천100만원이었던 제일모직은 2013년 기준 임직원 3천711명에 매출 4조1천111억원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 가운데 화학 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63.4%(2조7천945억원)이며, 나머지 36.6%(1조6천166억원)는 전자재료 사업부문에서 나왔다.

현재 제일모직은 구미, 의왕, 오창, 여수에 제조공장을 두고 합성수지·인조대리석·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등을 생산하고 있다.

1960년대까지 원사와 모직물 생산에 전념해 온 제일모직은 1970년대 화학섬유사업, 1980년대 패션사에 진출했다.

1985년 영국에 신사복 '갤럭시'를 수출하기 시작해 1987년 의류수출 1천만 달러를 달성했다.

1990년대부터는 의류사업을 넘어 화학소재와 전자소재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2000년에는 유가증권 상장규정에 따라 주 업종을 섬유에서 화학으로 변경했다. 화학부문이 차지하는 매출이 5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당시 제일모직은 화학부문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전자재료사업을 신수종사업으로 육성하기로 내부방침을 세운 상태였다.

지난해 9월에는 독일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재료업체인 노발레드 지분 50.1%를 획득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어 12월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소재사업에 집중할 목적으로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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