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식목일…서상은 회장,‘푸른 호랑이 꼬리’에 자부심 뿌듯

아침마다 포항 호미곶일대 솔숲을 돌아보는 호미수회 서상은 회장이 해송을 심게 된 사연을 얘기하고 있다. 이종현기자 salut@kyongbuk.co.kr

극장용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나무를 심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영화 속 주인공은 황폐한 고원에 너도밤나무와 떡갈나무 등 수천그루를 심는다. 주인공이 심은 나무는 자라 작은 숲과 물이 흐르는 시내, 평화로운 마을이 형성된다.

영화의 핵심은 인간의 숭고한 정신이다. 이 영화 속 내용이 포항에서 이뤄지고 있다. 장소는 한반도의 동쪽 땅 끝, 호랑이 꼬리인 호미곶면 구만리.

이 곳은 25년에 걸쳐 푸른 숲을 만들기 위한 사업이 진행 중이다.

구만리는 과거 보리, 고구마 밖에 생산이 안 돼 '처녀가 시집갈 때 까지 쌀 한 되 못 먹었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가난한 곳이었다.

또한 바람이 거세게 불기로 유명하다. 이런 이곳을 푸르고, 배부른 지역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한 출향민이 키웠다.

그리고 '호미수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이름 그대로 호랑이 꼬리에 털(나무)을 심겠다는 것이다.

이 단체가 조직돼 구만리에 조림사업을 시작할 당시 헛수고라는 지역주민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해풍에 강한 해송을 심었지만 태풍과 비바람에 해송이 빨갛게 말라 죽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했다. 그러자 주변에서는 '헛수고'라며 비웃음과 조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호미수회는 꿈을 접지 않았다. 해안가를 따라 해송을 심어 언젠가는 방풍림, 어부림, 풍치림을 반드시 조성하겠다는 각오를 더욱 다졌다.

이렇게 1990년부터 시작된 조림사업이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해마다 호미수회는 호랑이 꼬리에 2천여 그루의 해송을 심었다.

2014년 현재 이곳에 대해 조림사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주민, 단체, 기관은 한 곳도 없다. 오히려 이 사업에 동참하는 단체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이 사업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호미수회가 구만1·2리 해안가에 심은 나무는 5만여 그루. 이 가운데 절반은 자연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죽었으나 절반은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해송들은 숲을 이뤘고, 최초 소나무를 심은 일부 지역은 야생동물 고라니가 출몰할 정도로 우거졌다. 나무가 죽어도 심고, 또 심었던 결과였다.

숲을 이룬 해송을 바라보는 호미수회 회원들은 마음에는 이 사업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호미수회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 포항시나 정부의 지원은 아쉬운 실정이다.

호미수회 회원들은 정부가 해안가에 나무를 심는 사업에 관심이 없을 뿐더러, 지원조차 미미하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어느정도 해송이 자라 숲을 이루는 등 성과가 나타난 2000년도 들어서야 포항시가 관심을 갖고 묘목 지원이 이뤄졌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나무의 생육에 필요한 비료 등의 지원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한다.

해안가 조림사업이 정부의 사업은 아니지만, 적어도 비료 정도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게 호미수회의 바람이다.

서상은(78) 호미수회장은 "호랑이 꼬리에 털(해송)을 심는 다는 것에 대해 정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이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일생에서 찾지 못했다"며 이 사업에 자신이 갖고 있는 사명감을 피력했다. 이어 "이 정신이 후대에 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산림조성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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