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산 땅에 사는 좌수 배무룡은 늘그막에 장화와 홍련을 두게 된다. 그의 부인 장씨가 세상을 떠나 후취로 허씨를 맞았다. 허씨는 용모도 흉악하지만 마음씨마저 간악하여 두 딸을 학대했다. 이러한 계모의 구박과 모해(謀害)를 견디다 못해 장화는 연못에 투신하고, 홍련 역시 죽은 언니를 그리다 못해 같은 연못에 빠져 죽는다." 고전소설 장화홍련전의 줄거리다. "벼슬에서 물러난 최만춘이란 사람이 아내 조씨와 혼인한 지 10년 만에 콩쥐라는 딸을 두었다. 그러나 콩쥐가 태어난지 100일 만에 조씨가 세상을 떠나자 최만춘은 과부 배씨를 후처로 맞아들였다. 계모는 자기 소생인 팥쥐만을 감싸고 전처 소생인 콩쥐를 몹시 학대했다. 산비탈의 돌밭매기, 밑빠진 독에 물붓기, 베짜고 곡식찧기 등의 갖은 어려운 일을 시키며 학대한다." 콩쥐팥쥐전에서도 계모는 흉악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계모 설화는 일반적으로 '신데렐라계'이야기라고 해서 동서고금에 여러 예가 있다. 신데렐라 동화는 1697년 샤를 페로가 민담을 동화로 순화한 '상드리옹, 혹은 작은 유리신'에서 유래했다. 디즈니가 이를 토대로 1950년 장편 애니메이션을 선보여 지금의 신데렐라 이미지가 각인됐다. 상드리옹이 영어로 신데렐라가 됐고, 19세기 초 독일 그림형제가 채집한 이야기에선 '아센푸텔'로 불렸다. 이러한 계모 이야기는 전 세계적으로 1천여 종에 이른다.

이 같은 고전 소설이나 동화 속에나 등장할법한 악랄한 계모들이 법의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칠곡에서 8살 여자 어린이가 친언니에게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진 사건이 계모의 소행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의붓딸의 배를 수차례 폭행해서 장 파열로 숨지게 한 계모에 대해 대구지검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대구지법이 오는 11일 이 계모에 대해 1심 판결을 할 예정이고 같은 날 울산지법에서 의붓딸을 폭행해서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려 숨지게 한 계모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린다. 최근 영국에서도 학대 피해 아동이 150만명에 달해 자녀에게 심리적 학대를 가하는 부모를 처벌하는 '신데렐라법(Cinderella Law)'을 제정한다는 소식이다. 지난 3월말 대법원이 아동학대 양형기준을 정했는데 좀 가볍다는 지적이다. 우리도 신데렐라법 같은 '콩쥐팥쥐법'을 새롭게 마련해야 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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