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슬기 다슬다슬 물풀을 갉고 난 뒤

젖몽우리 생겨 젖앓이하듯 하얀 연몽우리

두근두근 돋고난 뒤

소금쟁이 한 쌍 가갸거겨 가갸거겨

초서(草書)로 물낯을 쓰고 난 뒤

아침 날빛도 따라서 반짝반짝 물낯을 쓰고난 뒤

검정물방개 뒷다리를 저어 화살촉같이 쏘고 난 뒤

그 옆에 짚오리 같은 게아재비가

아재비 아재비하며 부들 틈새에 서리고 난 뒤

물장군도 물자라도 지네들 끼리

물비린내 자글자글 산란하고 난 뒤

버들치도 올챙이도 요리조리 아가미

발딱이며 해탈하고 난 뒤

명주실잠자리 대릉대릉 교미하고 난 뒤

해무리 환하게 걸고 해무리처럼 교미하고 난 뒤

<감상> 지구상에는 수많은 인종들이 수천년 전부터 전쟁과 평화라는 명목으로 역사를 이어오며 살아왔듯이 늪에도 수만년 전부터 그들만의 역사를 쓰며 이어온 것이다. 뭇생명들이 지구를 풍요롭게 하고 있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 늪에도 있는 것이다. (서지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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